일선 경찰 “인력난 외면하고 책임만 물어”… 감사에 ‘부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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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특정 계급 대상 아냐” 해명
직장협, 지휘부에 공식 사과 요구
내부망에도 ‘갈라치기 말라’ 반발 글

‘치안 중심’ 조직개편을 앞둔 경찰청이 지구대와 파출소 경찰을 대상으로 업무 실태를 점검하는 대규모 감사 착수 방침을 밝히자 현장 경찰들이 반발하는 모습이다.

경찰청은 7일 동아일보 보도로 지구대와 파출소 일선 고참 간부를 대상으로 한 감사 계획이 알려지자 “이번 감사는 지역경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이뤄지며 (경위 경감 등) 특정 계급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또 “감사 목적도 적발이나 문책이 아니라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자체 정비토록 하려는 취지”라고 했다.

경찰청은 최근 흉악범죄가 이어지자 내근직 중 5%가량인 최소 1000명을 지구대와 파출소 치안 현장으로 재배치하는 조직 개편안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인원이 늘더라도 일선 근무자의 역량이 지금보다 높아지지 않으면 ‘치안 강화’라는 목적을 이루기 어렵다는 게 감사를 결정한 배경이라고 한다.

하지만 일선 경찰들은 윤희근 경찰청장이 4일 내부 회의에서 “일부 경감급 간부 경찰이 기본적으로 해야 할 업무조차 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들려온다”고 말한 점 등을 볼 때 지구대와 파출소에서 일하는 고참 경감·경위가 주 타깃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청장은 이 자리에서 “경감급 이하 인력이 현장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변화를 끌어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도 했다. 사건 관리 등 업무 역량에 대한 감사인 만큼 시스템 활용에 서툰 고연령, 고참 간부들이 적발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 노조 격인 경찰 직장협의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치안 문제의 원인을 현장 경찰관들의 자질 부족과 능력 부재로 왜곡하는 것”이라며 감사 방침에 대한 경찰 지휘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경찰 내부망인 ‘폴넷’에도 “조직을 갈라치기 하지 말라” “20대 열정으로 퇴직 때까지 일할 수 있다는 발상이 가능하느냐” 등 반발하는 내용의 게시물이 연이어 올라왔다.

일선 경찰들 사이에선 “경찰 지휘부가 최근 연이어 발생한 흉악범죄를 현장의 책임으로만 몰고 있다”며 부글거리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지방경찰청 소속 한 직협 관계자는 “일선 경찰들이 반발하는 건 그동안 만성적인 인력난을 외면해 놓고 모든 책임을 현장 경찰관들에게 돌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송유근 기자 bi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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