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들려오는 ‘웅웅’ 진동소리, 범인은 윗집 아닌 아랫집?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8일 10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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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2부]

아랫집은 소음 진동이 분명히 들리는데 윗집은 절대 그럴 일이 없다고 합니다. 윗집이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닙니다.

소음 발생원을 아래윗집 서로가 찾지 못하거나, 착각하는 수가 많습니다. 그렇게 쌓인 오해가 감정을 부르고, 감정이 폭행을 부릅니다.

층간소음 갈등은 소음 자체보다 감정 대응이 더 중요합니다. 소음이 없으면 갈등도 없겠지만 소음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얼마나 성의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대응도 달라집니다. 먼저 원인을 같이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래 내용은 실제 있었던 민원 내용입니다. 층간 소음 관련 고충과 갈등해소를 위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메일(kk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사례1. 주범은 안마기
서울 은평구 한 아파트에 사는 박재완(35·가명)씨는 새벽 아침 침대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놀라 잠에서 깼다. 약한 기계소리와 함께 자잘한 진동이 일정하게 한 시간 가량 계속되는 것이었다. 벽에 손을 대보자 진동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층간소음을 키워드로 인터넷에서 검색해 본 박씨는 윗집 건조기 소음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다음날 박씨는 윗집 현관문을 노크해 사정을 설명했다. 그런데 윗집 사람은 “집에 건조기가 없다”며 집안을 둘러보게 했다. 박씨는 사과한 뒤 돌아왔지만 매일 새벽 소음과 진동은 계속됐다. 이제는 온 식구가 새벽에 잠에서 깨는 지경에 이르렀다.

‘설마’하고 아랫집, 옆집도 찾아가 봤으나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하다못해 박씨는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다. 전문가는 경험으로 보건대 윗집일 가능성이 매우 높고 뭔가 진동하는 물체가 있을 것 같다는 진단을 내렸다.

불쾌해 하는 윗집에게 양해를 다시 천천히 윗집을 둘러보다 박씨는 소파 앞에 놓고 다리를 올리는 스툴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펼칠 수 있는 척추 온열 안마기인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것을 한번 가동시켜 달라고 부탁하고 주로 사용하는 시간도 물어봤다.

윗집 사람도 “이런 안마기가 아랫집까지 영향을 주는 줄은 전혀 생각도 못했다”며 사과했다. 그리고 소음 문제는 해결됐다.

#사례2. 보복소음보다 함께 찾는 노력이 문제 해결
광주 한 아파트로 이사한 임영동(41·가명)씨는 윗집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소리를 참을 수가 없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통해 주의를 주었다.

윗집 아주머니는 “아랫집이 비어있는 줄 알고 애들이 뛰어도 주의를 안 줘서 그렇다”며 “이제 조심시키겠다”고 사과했다.

그런데 며칠 지나자 또다시 아이들의 발망치 소음이 재발됐다. 임씨는 보복소음이 즉각적 효과가 있다는 말을 듣고 고무망치로 천장을 쳐보기도 하고 비싼 돈 주고 우퍼 스피커까지 사서 틀었다. 며칠동안은 평온한 시간이 흘러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발망치가 아닌 진동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미세한 진동으로 인해 배속의 울렁거림은 가시지 않았고 팔다리가 저린 느낌까지 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수면과 출퇴근이 불편할 정도가 되었다.

보복소음에 대해 윗집이 재보복을 하는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하고 임씨는 윗집을 방문해 정중히 사과하고 진동음 사정을 설명했다. 그런데 윗집 사람은 “무슨 소리냐”며 도리어 화를 냈다.

따로 원룸에 나와 살면서 임씨는 이렇게 계속 살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정밀 진단을 받아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소음원은 윗집이 아닌 아랫집에서 사용하는 김치냉장고의 소음과 진동이었다.

냉장고의 배치, 일반 냉장고와 김치 냉장고 간의 공명 등으로 진동과 소음이 윗집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소음 진동원의 발생지와 발생원인을 알아내자 아랫집의 양해를 구해 문제는 손쉽게 해결될 수 있었다.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해법’
다투기 전에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말싸움 반복밖에 안됩니다.

소음원과 진동원을 찾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첫째, 바닥에서 진동이 느껴지면, 대부분 원인은 아랫집입니다.

둘째, 벽에 손을 댔을 때, 소음과 진동이 함께 느껴지면 바로 윗집입니다.

셋째, 벽에 손을 댔을 때, 소음만 느껴지면 윗집의 윗집일 확률이 높습니다.

넷째, 미세한 진동에 의한 소음은 전자기기 등의 원인일 확률이 높습니다. 24시간 발생되는 소음과 진동은 대부분 2대 이상의 냉장고가 인접한 곳에 밀착되어 운전될 경우가 많습니다. 24시간이 아니고 조금 더 큰 진동이 느껴질 경우에는 진동 안마기가 원인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막연히 불평불만을 털어놓거나 항의를 하기보다는 소음원과 발생시간을 콕 찍어 사정을 하고 부탁을 하면 문제가 훨씬 더 원만하게 해결될 것입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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