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때도 없이 들리는 옆집 설거지 소리…벽간소음에 남편과 갈등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9일 11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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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2부]

동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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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은 바로 윗집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넓은 의미의 층간소음은 발생원이 아랫집일 수도 있고, 윗집의 윗집인 경우도 있습니다.

옆집에서 벽을 통해 들려오는 소음, 즉 벽간(壁間)소음 분쟁 사례도 종종 있습니다. 괴롭기는 층간소음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벽간소음은 주로 복도식 아파트에서 발생합니다. 층간 시공은 부실하지만 그나마 기준이라도 있지만 벽간 시공은 기준 조차 제대로 마련돼 있지 못한 실정입니다. 그래서 아파트 벽 사이에 흡음재를 넣지 않거나 조악하게 지어지기 일쑤입니다.

최근 정부나 국회에서 층간소음 기준을 더욱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요. 벽간소음 기준도 함께 강화되기를 바랍니다.

아래 내용은 실제 있었던 민원 내용입니다. 층간 소음 관련 고충과 갈등해소를 위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메일(kk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사례1.벽간소음으로 이혼위기까지
2020년 대구 한 아파트에 사는 주호정씨(여·35·가명)는 둘째 임신을 계획하던 중에 새로 이사 온 옆집의 벽간소음에 시달리게 되었다. 옆집 주방과 주씨 집 안방이 벽 하나를 두고 있는데, 옆집 아주머니의 요리하는 소리, 설거지 소리나 물건 떨어뜨리는 소리 등이 시도 때도 없이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전 집에 살면서 첫째를 임신했을 때 층간소음에 시달렸던 트라우마가 있어 자칫 하다가는 유산할 수도 있다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정 씨는 옆 집 아주머니에게 사정 이야기를 하고 조금만 주의해줄 것을 부탁했다. 소음이 줄어들면 그 때 둘 째를 가지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옆집 벽간소음은 줄어들지 않고, 주씨가 옆집에 항의하면 오히려 소음에 무딘 남편이 “그 정도는 날 수 있는 소리”라며 “나는 괜찮은데 당신이 너무 예민하게 구는 것 아니냐. 그만 하라”며 화를 내고 핀잔을 주었다. 이웃과의 갈등이 집안 갈등으로 발전한 것이다.

이 문제로 부부싸움도 잦아졌고, 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는 남편이 너무 섭섭하기도 해서 주 씨는 지금 이혼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사례2.늑대 피하니 호랑이 만나
서울 강북구 한 아파트에 살던 정희창씨(64·가명)는 윗집의 ‘발망치’ 소음에 1년을 시달렸다. 너무 힘들어 천장을 치기도 하고, 현관문에 쪽지를 붙여 ‘제발 조금만 주의를 해달라’고 하소연을 해봤다.

윗집의 중년 부부는 아랫집으로 내려와 “자기 집에는 애도 없는데 뭐가 시끄럽냐”며 언성을 높이며 “다른 곳에서 나는 소리로 생사람을 잡는다”며 오히려 크게 화를 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항의도 하고, 구청이나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신고해서 주의를 주기도 했다. 그러나 항의한 날은 의도적인 보복소음이 더 크게 들렸다.

정씨 부부는 윗집의 줄어들지 않는 층간소음과 막무가내식 대응으로 인해 심각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수면제, 신경안정제, 위장약을 먹지 않으면 생활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도저히 견딜 수가 없고, 해결될 기미도 보이지 않아 ‘이대로 가다가는 죽을 수도 있다’는 절박한 심정에 재작년 말 주변 아파트의 꼭대기 층을 어렵게 구해 이사를 했다.

이사 후 층간소음이 들리지 않자 그 동안의 스트레스가 사라져 사람 사는 듯 싶었다. 약 먹지 않고도 잘 수 있었다. 그런데 석 달 뒤 옆집에 새로운 사람이 이사를 오며 또 다른 국면을 맞았다.

옆집 남자는 일주일에도 몇 번씩 늦은 밤 시간에 집에서 친구들과 모여 술을 마시고 취해 떠들어댔다. 아무리 항의를 해도 술만 취하면 소음이 반복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층간소음 스트레스로 꼭대기 층으로 이사까지 왔는데, 이제 옆집에서 들리는 벽간소음이 괴롭힐 줄은 몰랐다. 늑대 피해 도망갔더니 호랑이 만난 형국이다.

현재 정씨는 소음이 들릴 때마다 보복 소음으로 맞대응도 해보고, 심하면 경찰에 신고도 해보지만 효과가 없고,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가슴 답답한 상황이다.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해법
정씨의 경우 층간소음을 피해 꼭대기 층으로 이사를 갔는데, 벽간소음으로 시달리는 기막힌 사연입니다. 계약 기간도 아직 많이 남아 또 이사를 가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더구나 자기 집도 아닌데다 그리 넉넉한 형편도 아니어서 본격적인 방음 인테리어를 히기 어려웠을 듯 합니다.

소음이 나오는 벽 쪽으로 옷장을 옮기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방 구조상 어려울 수 있습니다. 흡음재가 포함된 벽지도 나와 있습니다만 원하는 만큼의 방음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큰 돈 들지 않고 비교적 시공도 간단한 석고보드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인근 재료상이나 인터넷을 통해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소음이 많이 들리는 곳에 두 겹 겹쳐 넓게 부착하면 의외로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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