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하면 폭발한다… 명절 ‘층간소음 폭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28일 10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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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2부]

층간소음은 심한데 도저히 해답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좋은 방법이 아닌 줄 알지만 보복소음도 내보고, 위협과 읍소도 해보고, 경찰신고를 해봐도 안 될 때, 오히려 갈등만 점점 더 커질 때, 이 때는 이사 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억울하지만 이것도 현실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차악(次惡)의 선택입니다. 칼 들고 윗집에 가거나, 정신병원에 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너무 시끄럽다’와 ‘너무 예민하다’가 맞부딪혀 폭행을 부르는 사례가 전국 곳곳에서 끊이질 않고 심지어 관련 살인사건도 거의 매년 벌어집니다. 명절연휴에 많이 일어납니다.

아래 내용은 실제 있었던 민원 내용입니다. 층간 소음 관련 고충과 갈등해소를 위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메일(kk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사례: 위협은 일단 피하는 게 상책
2019년 인천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던 J씨는 조용하게 지내던 아랫집 가족이 이사를 가고 거기에 신혼부부가 이사를 오면서 넉 달 동안 아기울음 소리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참다못한 J씨는 아랫집의 L씨에게 찾아가 정중히 인사를 건네며 “아기 울음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요즘 너무 힘들다”는 말을 전했다. 아랫집 L씨는 “알겠다. 주의하겠다”며 서로가 웃으며 좋게 헤어졌다. J씨는 아기 울음소리가 없을 수는 없지만, 지금보다는 좋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조용해진 것 첫 1주일뿐이고 그 뒤로는 여전히 아기 울음소리가 낮에는 물론이고 늦은 밤과 이른 새벽에도 그치질 않았다. J씨는 항의하러 아랫집을 자주 방문을 했고, 아랫집 L씨는 “아기 입을 틀어막을 수도 없고 어쩌라는거냐”며 오히려 역정을 냈고, 갈수록 감정충돌이 격화됐다.

아랫집 L씨가 오히려 윗집 J씨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부터 J씨는 외출을 할 때 누군가가 자신을 따라오고 하루에도 몇 번씩 집 근처나 길거리에서 마주치기 시작했다. 폭력배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자신의 집을 어슬렁거리는 모습도 가끔 눈에 띄었다.

J씨는 불안감에 아파트 관리소와 경찰에 신고 했다. 하지만 J씨에게 직접적으로 말이나 행동으로 위협을 가한 것이 아니어서 경찰도 관리소도 이들에게 어떤 제재를 가할 수가 없었다. 두려움에 휩싸인 J씨 가족들은 주변 월세를 얻어 이사를 갔다. 그 이후부터 이상한 사람들이 어슬렁거리는 모습도 사라졌다는 것을 관리소 경비들로부터 들었다.

층간소음 발생, 읍소, 위협, 감정충돌, 경찰신고, 이사를 거치는 사이에 아랫집 L의 전세 계약이 끝났다. L씨는 이사를 갔고 이 사실을 알게 된 J씨는 가족들과 함께 다시 집으로 들어왔다. 현재는 생활 안정을 많이 찾아가고 있는 상태다.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해법
위 사례는 층간소음 피해자가 가해자격인 아랫집의 위협에 겁을 먹고 피신형 이사를 한 경우입니다. 피해자가 이사 가는 것이 무슨 층간소음 해법이냐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도 이사 가는 것으로 최악의 사태는 피했으니 해법은 해법입니다.

층간소음은 다양합니다. 소음원도 다양하고, 대응방식도 다양합니다. 층간소음 갈등은 한편으로는 소음과 진동의 문제지만 한편으로는 감정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이 다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아주 어렵고 복잡한 문제도 서로가 이해하고 소음을 줄이는 성의를 보여주면서 원만하게 풀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면 사소한 문제처럼 보이는데도 대응을 잘못해 대형사고로 번지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특히 설 명절연휴를 앞두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과거에 가족 친척들이 여럿 모이다보면 발소리도, 목소리도 커져 묵은 갈등이 폭발하고, 칼부림, 살인사건으로 이어진 사례가 종종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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