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 152억’ 美페이퍼컴퍼니, 글로벌 헤지펀드가 설립에 관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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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컴퍼니, 사모펀드에 152억… 농협에 “화천대유 투자해달라”
해산 서류에도 헤지펀드가 서명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가 210억 원을 빌린 미국 내 대표적인 조세회피처 델라웨어주의 서류상 회사 설립에 글로벌 헤지펀드 운용사가 관여한 사실이 8일 밝혀졌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델라웨어주 소재 페이퍼컴퍼니인 ‘어니언 그랜드 애비뉴 파트너스(ONION GRAND AVENUE PARTNERS)’는 오크트리캐피털 헤지펀드가 2018년 1월 설립했다. 하워드 마크스 회장이 1995년 설립한 오크트리캐피털은 현재 운용 자산이 1600억 달러(약 189조 원) 정도인 글로벌 헤지펀드 전문 운용사다. 마크스 회장은 단기적인 시세 차익보다는 기업의 가치와 시세 차이, 미래성장률 등을 고려해 투자하는 가치투자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화천대유는 2018년 4월 대장동 사업지구 ‘A12블록(판교더샵포레스트)’ 수익권을 담보로 210억 원을 리딩투자증권에서 차입했다. 이에 앞서 ‘어니언 그랜드 애비뉴 파트너스’는 리딩투자증권의 사모펀드인 ‘리딩 전문 투자형 사모부동산신탁 2호’에 152억 원을 투자했고, 이 펀드는 이후 “화천대유에 투자해 달라”며 NH농협은행에 돈을 맡겼다. 서류상 회사는 2019년 12월 해산됐고, 오크트리캐피털 미국 본사 관계자가 해산 서류 등에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니언 그랜드 애비뉴 파트너스’가 152억 원을 투자한 ‘리딩 전문 투자형 사모부동산신탁 2호’에는 ‘리딩 REDI 전문 투자형 사모투자신탁 1호’도 28억 원을 투자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이 운용사인 리딩투자증권에서 제출받은 ‘리딩 REDI 전문 투자형 사모투자신탁 1호’ 투자자 명단에 따르면 투자자는 법인과 개인 등 총 13명이었다. 해외 국적의 한국인, 투자업계 고위 관계자, 특수목적법인 등이었는데 투자 금액은 적게는 1억 원, 많게는 4억 원이었다.

특히 오크트리캐피털 아시아 지사와 한국 지사의 고위급 임원과 배우자, 리딩투자증권의 고위 임원 등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법인 세 곳은 오크트리캐피털이 과거 한국에 설립한 ‘팬지아데카’라는 투자 회사 관련 인물들이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화천대유가 다른 곳에서는 연 4%의 이자율로 돈을 빌린 반면 서류상 회사로부터는 연 18%의 고금리로 돈을 빌린 경위에 대한 검찰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류상 회사는 원금 152억 원 외에 이자 37억 원 등 총 189억 원을 2019년 4월 돌려받고, 같은 해 12월 해산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화천대유#페이퍼컴퍼니#헤지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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