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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신문과 놀자!/환경 이야기]넓은 바다서 40년 사는 돌고래… 수족관에선 4년밖에 못 살아요

입력 2020-08-12 03:00업데이트 2020-08-12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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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돈벌이 수단으로 잡아 전시용으로 팔거나 쇼에 활용
스트레스로 면역력 약해져 패혈증-폐렴 등으로 일찍 폐사
일본 와카야마현의 다이지 마을에서 벌어지는 돌고래 사냥 모습. 좁은 만에 돌고래를 몰아넣어 잡는다. 이곳에서 잡힌 돌고래는 전 세계 전시용 돌고래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해양동물보호단체 시 셰퍼드 제공
러시아 동부의 스레드냐야만. 좁은 가두리 어장에 고래들이 갇혀 있어요. ‘벨루가’로 알려진 흰고래는 물론 거대한 범고래도 있었죠. 2018년 11월 드러난 ‘고래 감옥’의 충격적인 모습이에요. 100여 마리의 고래가 잡혀 있었지요.

언론과 러시아 주 정부가 조사한 결과 이 고래 감옥은 러시아의 회사 4곳이 생포한 고래를 모아두는 곳으로 밝혀졌어요. 이 회사들이 2018년 여름 몇 달 동안 러시아 동부의 오호츠크해 부근에서 흰고래와 범고래를 잡아 이곳에 가둔 거예요.

이 사실이 알려지자 세계적으로 고래를 풀어주자는 운동이 일어났어요. 영화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까지 나서 고래 방류를 탄원했지요. 그러자 러시아 정부는 환경단체와 협력해 고래들을 방류하기로 했어요. 그 결과 작년 6월부터 넉 달에 걸쳐 흰고래 87마리와 범고래 10마리가 바다로 돌아갔답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흰고래 31마리는 11월 10일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는 센서를 부착한 뒤 방류되었지요.

러시아 회사들이 흰고래와 범고래를 잡는 이유는 수족관에 팔기 위해서예요. 고래는 대형 수족관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동물로 큰돌고래, 흰고래, 범고래가 대표적인 전시용 고래예요. 귀여운 외모에 지능도 높아 쇼에 동원되기도 하지요.

전시용 고래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잡혀요. 일본의 다이지 마을 앞바다에서는 매년 9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 돌고래 사냥이 벌어져요. 이곳에서 잡히는 돌고래는 전 세계 전시용 돌고래의 90% 이상을 차지하지요.

현재 생포된 고래들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는 중국이에요. 중국에는 80곳의 대형 수족관이 존재하고, 27곳이 추가로 건설되고 있어요. 이런 수족관은 고래를 비싸게 사들여요. 범고래는 한 마리에 10억 원이 넘기도 하죠. 사람들은 수족관에서 고래를 보고 싶어 하고, 사냥꾼은 고래 포획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니 고래잡이가 계속 이어지는 것이지요.

○수족관 고래들은 어떤 일을 겪을까?

수족관에서 살면 폭풍을 만날 일도 없고, 천적도 없는 데다, 밥도 그냥 주니까 살기 편한 것 아니냐고요? 그렇지 않아요. 왜 그런지 하나하나 설명할게요.

①영양 불균형

잡힌 고래들은 인간이 던져주는 냉동 생선을 먹으며 적응을 시작해요. 큰돌고래나 남방큰돌고래는 야생에서 어류와 오징어, 문어 등의 두족류까지 다양한 먹이를 먹어요. 인간이 주는 먹이는 종류가 훨씬 적어서 고래들이 영양 불균형이나 수분 부족을 겪을 수 있어요.

②외로움

고래는 사회생활을 해요. 종과 시기에 따라 적게는 수 마리부터 많게는 수백 마리가 함께 모여 살지요. 수족관에 홀로 갇힌 고래는 외로움에 시달리죠. 그렇다고 해서 여러 마리를 함께 사육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겨요. 야생에서는 친한 개체와 가까이 지내고 사이가 나쁜 개체와는 떨어져 지낼 수 있지만, 수족관에서는 친하지 않아도 같이 지내며 강요된 사회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③좁은 수조

개체나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야생에서 범고래는 하루 평균 160km를, 흰고래나 큰돌고래는 하루 평균 50km 이상을 이동하는 활동적인 동물이에요. 수조는 좁을 뿐만 아니라 깊이도 얕아 고래들의 활동이 제한되고, 이런 곳에서 사육되는 고래들은 운동 부족을 겪게 돼요.

④지루한 일상

바다는 염도, 온도, 수압, 해류 등의 여러 조건이 끊임없이 바뀌죠. 바다에서 고래는 다양한 자연적, 사회적 자극을 받으며 활발한 놀이 활동을 해요. 그런데 수족관은 조건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단조로운 환경이라서 고래는 자극을 받지 못하고 지루함을 느껴요. 인간이 고래의 행동 풍부화를 위해 제공하는 공이나 후프 등의 물건도 야생과는 거리가 멀어요.

⑤시끄러움

돌고래는 다양한 주파수의 음파로 서로 의사소통을 해요. 그중에서 높은 주파수의 음파는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반향정위’에 사용해요. 그런데 좁은 수조에서는 음파가 계속해서 울려서 야생에서만큼 음파를 강하게 쏠 수 없어요. 그래서 수족관에 서식하는 고래류는 야생보다 훨씬 낮은 강도로 음파를 쏘게 되지요.

⑥짧은 수명

야생에서 고래의 평균 기대수명은 30∼40년이에요.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사육되는 고래의 평균 수명은 4년 23일에 불과해요. 수족관의 고래들이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약해지기 때문으로 추정돼요. 실제로 수족관에서 패혈증이나 폐렴으로 일찍 죽는 고래들이 관찰되고 있어요.

○고래를 보고 싶다면 바다로!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수족관에서 고래를 사육하는 것이 금지되는 추세예요. 캐나다에서는 수족관이 새로 고래를 데려오거나 번식시키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 통과되기도 했지요.

우리나라에서도 2018년 3월 20일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고래가 더 이상 수입되지 않고 있어요. 이 개정안에서는 ‘작살이나 덫을 이용하거나 청각, 시각을 자극하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잡힌 야생생물’의 거래를 금지해요. 일본 다이지 마을 등지에서 잡힌 고래가 여기에 해당되죠.

나아가 고래를 보기 위해 바다로 직접 찾아가는 ‘생태 관광’이 늘어나고 있어요. 대만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고래 서식처가 있는 나라에서 고래를 보러 직접 바다로 나가는 것이죠. 우리나라에서도 제주도를 중심으로 고래 투어가 시작되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답니다.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의 장수진 대표는 “고래 관광이 시작되고 있는 지금 고래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이나 법안이 마련되어야 고래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인간도 오래도록 고래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지요.

이창욱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changwoo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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