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명화 증강현실로 보며 온난화 심각성 느껴보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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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기후변화 체험존 마련

22일 경기 수원시 기후변화체험교육관 ‘두드림’에 마련된 기후변화 증강현실(AR) 갤러리. 조선시대 화가 김홍도의 ‘하화청정’을 스마트기기 렌즈로 비추면 화면 속 연꽃이 기후변화로 인한 폭우에 잠기고 ‘나의 지구를 구해줘’란 글귀가 떠오른다. 수원=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22일 경기 수원시 기후변화체험교육관 ‘두드림’에 마련된 기후변화 증강현실(AR) 갤러리. 조선시대 화가 김홍도의 ‘하화청정’을 스마트기기 렌즈로 비추면 화면 속 연꽃이 기후변화로 인한 폭우에 잠기고 ‘나의 지구를 구해줘’란 글귀가 떠오른다. 수원=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위기에 처한 북극곰을 구하려 합니다. 걷기로 실천합시다!”

사회자의 말과 함께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트레드밀(러닝머신)에 올라섰다. 눈앞에 펼쳐진 증강현실(AR) 영상 속에서 북극곰은 작은 얼음조각 위에 위태롭게 서 있었다. 북극 화면이지만 하얀 빙하 대신 파란 바닷물이 넘실댔다. 조 장관이 한 걸음, 두 걸음 걷기 시작하자 빙하가 다시 커지며 북극곰이 마음껏 춤을 출 수 있게 됐다.

22일 경기 수원시 기후변화체험교육관 ‘두드림’에서 진행된 지구의 날 기념행사의 한 장면이다. 환경부는 지구의 날을 맞아 기후변화주간을 운영하며 기후변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증강현실 체험존을 기획했다.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이번 지구의 날 주제는 ‘SOS, 기후행동! 나의 지구를 구해줘’다. 북극곰을 위해 차를 타는 대신 직접 걸어보는 것처럼, 이제는 우리 모두 온실가스를 적게 만드는 ‘저탄소 생활’을 실천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환경부는 해마다 지구의 날을 시작으로 일주일(4월 22∼28일)을 기후변화주간으로 정해 각종 행사를 열며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려왔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대부분 언택트(untact·비접촉) 방식으로 진행한다. 덕분에 재택근무 및 학습을 하면서도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현재 임시 휴관 중인 ‘두드림’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종료되면 증강현실 콘텐츠 등을 무료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 기후변화 심각성 ‘눈으로 보고’

기후변화주간의 각종 콘텐츠는 홈페이지에서 활용할 수 있다. 5월 10일까지 운영한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한국과 세계에서 일어나는 이상기후 현상에 대한 설명, 지구의 날의 유래 같은 기본 내용은 물론이고 다양한 콘텐츠와 이벤트 소식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기후변화 증강현실 갤러리다. 조선시대의 대표적 작가인 정선과 신윤복, 김홍도, 장승업의 명화 5점을 활용했다. 얼핏 보면 박물관이나 교과서에서 보던 그림들이지만 그림 하단에 있는 QR코드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비추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독서 후 부채를 들고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는 자화상인 정선의 ‘독서여가’를 비추면 AR 화면은 점점 더워져 에어컨 온도를 마구 낮추는 모습으로 바뀌며 지구를 위해 실내 적정 온도를 유지하자는 메시지가 나오는 식이다.

정선의 ‘백악산’은 가까운 거리는 걷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자, 신윤복의 ‘주유청강’은 물을 아껴 쓰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기후변화로 과거의 풍경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명화 속 AR로 표현했다. 김홍도의 ‘하화청정’ 속 여름 연꽃은 점점 잦아지는 집중호우로 꽃이 잠기고, 장승업의 ‘오동폐월’ 속 가을 국화는 변화무쌍한 기상변화로 시들어 구부러진다.

○ 기후대응 행동 ‘실천하고 익히자’

홈페이지의 ‘정보존’에는 기후변화를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실천들을 담은 영상, 이미지로 만든 카드뉴스들이 모여 있다. 자동차를 타는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분리배출을 제대로 해서 자원 순환을 돕고, 안 쓰는 가전제품의 플러그를 뽑는 것 등이다. 송승헌과 설현, 폴킴, 김종진 등 유명인들이 저탄소 행동을 촉구하는 동영상도 감상할 수 있다.

콘텐츠들을 본 뒤엔 ‘참여존’으로 이동해 이벤트에 응모할 수도 있다. 기후변화 광고 영상에서 나온 저탄소 생활 수칙을 골라 실천하고, 그 모습을 영상이나 사진으로 찍은 뒤 관련 해시태그를 달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 된다.

미래 세대인 어린이들을 위한 맞춤형 콘텐츠도 있다. 어린이 캐릭터 핑크퐁과 아기상어, 호기가 ‘SOS 지구를 구해요!’라는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다. ‘핑크퐁 아기상어’ 동요를 개사해 ‘비닐은 뚜루루뚜루/안돼요 뚜루루뚜루/장바구니 뚜루루뚜루/좋아요!’처럼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저탄소 생활 실천 습관을 배울 수 있는 노래다. 기후변화주간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핑크퐁’ 유튜브 공식 채널에도 업로드됐다. 핑크퐁 채널 구독자는 한국에서만 803만 명에 달한다. 덕분에 이번 기후변화주간에 소개된 콘텐츠 중 가장 전파력이 강한 콘텐츠로 평가받는다.

이날 기념행사에서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기후위기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현실이 됐다”며 “대중교통 이용, 일회용품 사용 안 하기 등 일상의 작은 습관으로 지구를 지키는 일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지구의 날 ::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원유 유출 사고를 계기로 1970년 4월 22일 열린 기념행사에서 시작된 기념일. 이후 환경보호를 촉구하는 민간 중심 운동으로 발전해 한국에서도 환경단체들이 1995년부터 행사를 열었다. 우리 정부는 2009년부터 지구의 날과 그 직후 일주일을 기후변화주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수원=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지구의 날#기후변화 체험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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