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화재 이웃 구한 카자흐 노동자 LG 의인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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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 화상 치료비 전액 지원
“추방 말아달라” 靑청원 올라와

LG복지재단은 강원 양양군 원룸주택 화재 현장에서 사람을 구하려고 불길 속에 뛰어든 카자흐스탄 출신 이주노동자 율다셰프 알리 압바르 씨(28·사진)에게 LG 의인상을 수여한다고 22일 밝혔다. LG그룹은 생명을 구하다가 중증 화상을 입은 압바르 씨 치료비 전액을 지원키로 했다.

압바르 씨는 지난달 23일 자정 무렵 집으로 가던 중 자신이 살고 있는 3층짜리 원룸 건물에 화재가 난 것을 발견하고 사람들에게 화재 사실을 알리기 위해 불이 난 2층으로 뛰어들었다. 압바르 씨는 화재 사실을 알리기 위해 서툰 한국말로 “불이야!”라고 소리쳤고, 인기척이 없자 외벽에 설치된 가스배관 등을 타고 거센 불길이 치솟는 2층 창문으로 올라가기도 했다.

이후 압바르 씨는 소방대원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밖으로 빠져나왔고, 이 과정에서 목, 등, 손 등에 2∼3도 중증 화상을 입고 입원 치료 중이다. 압바르 씨의 빠른 대처로 건물 안에 있던 10여 명이 대피할 수 있었다.

압바르 씨는 카자흐스탄에 있는 부모, 아내, 두 아이를 부양하기 위해 3년 전 관광비자로 들어와 공사장 일용직으로 일해 왔다. LG복지재단은 “자신의 안전과 불법체류 사실이 알려지는 것보다 사람들을 먼저 살리겠다는 의로운 행동이 인명피해를 막았다”며 시상 취지를 밝히고 치료비 지원 의사를 밝혔다.

한편 압바르 씨를 추방하지 말아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이 올라와 22일 기준 1만5000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율다셰프 알리 압바르#lg 의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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