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대명동 ‘캠프워커’ 인근 도시재생 지지부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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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여년간 미군헬기 소음-개발지연… 생활여건 개선사업 대상 선정에도
민간개발에 발목 잡혀 진척 더뎌

10일 대구 남구 대명5동 캠프워커 미군기지 북편 마을에서 주민 차태봉 씨가 빈집과 공터를 가리키고 있다. 이 일대는 주거환경이 취약해 빈집과 폐가가 곳곳에 방치돼 있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10일 대구 남구 대명5동 캠프워커 미군기지 북편 마을에서 주민 차태봉 씨가 빈집과 공터를 가리키고 있다. 이 일대는 주거환경이 취약해 빈집과 폐가가 곳곳에 방치돼 있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10일 오후 대구 남구 대명5동 대덕북길. 미군기지 캠프워커의 옛 활주로 옆 담장을 끼고 있는 이 마을에는 무너질 것 같은 폐가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좁은 골목에는 인적이 드물었고 금 간 담벼락에는 덩굴식물이 무성하게 자랐다. 녹슨 철문 너머 보이는 빈 마당에는 못 쓰는 가전제품과 가구 같은 쓰레기와 낙엽이 뒤엉켜 있었다. 골목 담벼락에는 ‘집중 순찰구역, 범죄 신고는 112’라고 적힌 노란색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주민 차태봉 씨(78)는 “60여 년간 미군 헬기 소음 피해와 개발제한으로 동네가 폐허처럼 돼버렸다”며 “사는 사람 대부분이 70세 넘은 노인인데 이들마저도 이사를 가거나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대구 도심에서 가장 낙후된 곳으로 꼽히는 대명5동 캠프워커 북쪽의 도시 재생이 지지부진하다.

정부의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선사업 ‘새뜰마을’ 대상으로 선정돼 예산을 확보하고도 언제 진행될지 모를 민간개발사업에 발목이 잡혀 진척이 더디다. 캠프워커 헬기장 및 주변 용지 반환과 그 자리에 들어설 대구도서관 건립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특히 이 일대는 캠프워커의 헬기 소음과 잇단 재개발사업 무산 등으로 개발이 지연되면서 주거환경이 취약하다. 남구에 따르면 이곳의 주택 116채 가운데 27%인 31채가 폐가나 빈집으로 파악된다.

남구가 2017년 4월 따낸 새뜰마을 사업은 소방도로나 상하수도 같은 생활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위험요소가 많은 취약지역의 주거환경을 개선해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사업이다. 남구가 확보한 사업비는 20억 원. 지난해 5월 사업 착수 보고회까지 마쳤다.

하지만 2년이 지난 현재 개선된 것은 1억 원을 들인 보안등과 폐쇄회로(CC)TV 설치뿐이다. 노후주택이나 폐가 정비, 도시가스관 매설, 쌈지공원 조성 등 핵심 사업에는 손을 못 대고 있다. 최근 사업 예정지 약 2만 m²의 일부 지역에서 민영개발을 추진하고 있어 섣불리 사업을 추진하면 중복사업으로 예산을 낭비한다는 논란이 일 것을 우려해서다.

현재 민간개발업체 2곳이 각각 300가구 이상 주상복합아파트를 짓겠다며 주민 동의를 받고 있지만 정식으로 남구에 사업계획 승인 신청을 한 업체는 없어 실제 아파트 건설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남구 관계자는 “주민 의견을 수렴하느라 조금 늦어졌다”며 “민영개발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새뜰마을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돌려받기로 한 캠프워커 헬기장 자리에 들어설 대구도서관 건립은 용지 반환이 늦춰지면서 지연되고 있다. 대구시는 헬기장과 주변 동편 활주로 6만7000m²를 2017년까지 돌려받아 헬기장에는 대구도서관을 짓고 동편 활주로에는 3차 순환도로를 닦기로 했다. 그러나 활주로 쪽 미군기지 출입센터와 주차장 등의 공사가 덜 끝나 용지 반환이 미뤄지고 있다. 대구도서관 완공은 올해 말에서 2022년 하반기로 늦춰진 상태다. 대구시 관계자는 “터를 완전히 돌려받기 전이라도 도서관 설계와 일부 공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주한미군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대구 대명동#캠프워커#소음 피해#개발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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