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경찰간부 “황하나만 무혐의, 이해 안 돼…재벌 3세 마약, 이것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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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4월 2일 16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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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종 전 수서경찰서 강력팀장. 사진=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백기종 전 수서경찰서 강력팀장. 사진=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남양유업 창업주 홍두영 명예회장의 외손녀이자 유명 블로거인 황하나 씨(31)가 과거 ‘필로폰’ 공급책이었음에도 수사기관으로부터 조사를 받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가운데, 백기종 전 수서경찰서 강력계 팀장은 당시 황 씨가 아무런 처분도 받지 않은 데 대해 의문을 드러냈다.

백 전 팀장은 2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2015년에 (필로폰을) 받았던 사람은 체포가 돼 구속이 되고,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는데, 정작 공급한 황하나 씨는 아무런 처분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법원 판결문 등에 따르면 대학생 조모 씨는 2016년 1월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필로폰을 수차례 투약하고 매수·매도한 혐의가 인정돼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황 씨는 조 씨와 함께 필로폰 매도·매수 혐의를 받았다. 조 씨의 판결문에 따르면 2015년 9월 강남 모처에서 황 씨가 조 씨에게 필로폰 0.5g이 들어 있는 비닐봉지를 건넸고 이후 조 씨는 황 씨가 지정한 마약 공급책 명의의 계좌에 30만원을 송금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조 씨)은 황 씨와 공모해 필로폰을 투약했다고 판단했지만, 황 씨는 이 사건으로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고, 수사기관에 한 차례도 소환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백 전 팀장은 “(필로폰을) 공급하고 함께 투약했다고 하면 공범 관계다. 같이 투약했다가 (조 씨는) 구속됐고, 공소장이나 판결문을 보면 황 씨의 이름이 8차례나 거론된다”며 “공범(관계)에 있는 사람은 무혐의를 받고, 한 사람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재벌 3세들의 마약 관련 사건은 황 씨 뿐만이 아니다.

SK그룹을 창업한 고 최종건 회장의 손자 최모 씨는 지난해 3~5월 평소 알고 지낸 마약 공급책 A 씨로부터 고농축 대마 액상 2~4g을 5차례 구매해 투약한 혐의로 체포됐다.

또 경찰은 A 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인 현대가 3세 정모 씨도 같은 종류의 대마 액상을 구입한 정황을 포착했다. 경찰은 현재 국외 체류 중인 정 씨를 마약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귀국하는 대로 조사할 방침이다.

현대가의 논란은 정 씨가 다가 아니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손녀인 정 씨의 여동생은 지난 2012년 대마 0.5g을 담배 파이프에 넣고 불을 붙여 번갈아 피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또 다른 현대가 3세 정모 씨도 2012년 대마초를 피웠다가 재판에 넘겨져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처럼 재벌 3세들의 잇따른 마약 연루 사건과 관련해 백 전 팀장은 “제가 많은 수사를 하면서 느낀 결론은, (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어려움을 모르고 돈의 가치를 모르고 자라다보니 자꾸 쾌락을 추구하게 된다”며 “또 간섭을 싫어하고, 자유로운 상태에서 희열이라든가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을 계속해서 키워나가는데, 결국 이게 마약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소위 권력가나 재벌가 자제들이 개념을 정착하고, 양호한 생각을 해서 본인들이 범죄에 연루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우월감, 특권의식 등이 반복되면서 안 좋은 쪽으로 변질된다는 걸 수사 경험을 통해 많이 봐왔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백 전 팀장은 돈이 많은 재벌 3세들이 마약 공급책의 타깃이 된다고도 했다. 그는 “(마약 판매책이) 재벌 3세나 돈 많은 부유층에 접근해 중독을 시키는 형태가 된다”며 “필요에 의해 돈을 받고 공급을 하는 카르텔 형식이 진행된다. 이런 식으로 확산하면서 쉽게 (마약에) 유혹되는 것”이라고 했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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