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새 36명 숨진 현대제철… 특별근로감독에도 사고 되풀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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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베이어벨트 참변 50대 작년 결혼… 상층부 공구창고 갔다오다 사고

협력사 비정규직 근로자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12년간 36명의 근로자가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노동 당국이 특별근로감독 등 조치를 취했지만 사고는 되풀이되고 있다.

충남 당진경찰서는 21일 컨베이어벨트에서 전날 정비 작업을 하다 숨진 협력사 소속 이모 씨(50)의 작업조 동료, 현장소장, 협력사 대표를 불러 사고 경위 등을 조사했다. 공장의 작업 매뉴얼과 작업일지 등도 제출받아 안전수칙 준수 여부도 확인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전날 오후 볼트를 가지러 상층부 공구창고에 갔다 오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가 공구창고에서 올 때 통상 다니지 않는 길로 돌아오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컨베이어벨트 타워에는 폐쇄회로(CC)TV가 없어 동료들의 진술과 사고 흔적 등으로만 조사해야 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세종충남지역본부 측은 “현장에 분진이 많고 어두워 (길을) 분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안전장구를 제대로 착용했는지, 안전 매뉴얼은 잘 지켰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노총에 따르면 2007년부터 올해까지 당진공장에서 일어난 산업재해로 36명이 숨졌고 이 중 적어도 28명이 하청업체 근로자였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천안지청은 사고 현장의 일부 컨베이어벨트 라인에 대해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고 다음 주 정기 근로감독을 벌인다. 노동청은 이 공장에서 각종 사고로 11명이 숨진 2013년에 특별근로감독을 벌여 안전규정 등 위반 사례 1123건을 적발했다.

이날 당진종합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 씨의 빈소에서 1년 전 결혼한 베트남 출신 아내는 남편의 영정만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당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현대제철#특별근로감독#컨베이어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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