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대기업 대졸초임, 日보다 41% 높아…“고임금 고착화”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2월 1일 17시 46분


한국과 일본 기업 초임 비교. 경총 제공
한국과 일본 기업 초임 비교. 경총 제공
한국 대기업 대졸 신입사원 연봉이 일본보다 40% 이상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 기업의 초임 수준은 지난해 한국을 1인당 국내총생산(GDP)에서 앞선 대만보다도 크게 높았다. 재계에서는 한국의 기업 임금이 국가경제 규모나 생산성 증가율을 크게 웃돌 만큼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한국경영자총협회의 ‘한·일·대만 대졸 초임 국제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한국 대기업(500인 이상) 대졸 초임은 물가를 반영한 구매력평가(PPP) 기준 5만5161달러(8009만3770원)로 일본 대기업 초임(1000인 이상·3만9039달러)보다 41.3%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100인 이상 기업으로 비교 대상을 늘려도 한국이 4만5758달러로 대만(200인 이상·3만3392달러)보다 37% 높은 등 우리 기업의 ‘고비용 구조’가 뚜렷했다.

● 1인당 GDP 뒤지는데 임금은 2배…‘고비용 역설’

한국의 고임금 구조는 대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정부 주도로 임금 인상에 나선 일본보다 전방위적으로 높다. 일본은 2023년 독일에 세계 3위 경제 대국 자리를 내주고 인도의 추격으로 4위마저 위협받자, 지난해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 집계 기준 33년 만에 최고 수준인 5%대 임금 인상을 단행했지만, 한국의 상승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10인 이상 기업 전체로 비교해도 한국 대졸 초임은 4만6111달러로 일본(3만7047달러)보다 24.5% 높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일본이 ‘1000인 이상’ 글로벌 거대 기업을 기준으로 삼았음에도 ‘500인 이상’을 기준으로 한 한국보다 1만6000달러 이상 적었다. 10~99인 소기업까지도 한국의 PPP가 4만1338달러로 일본(3만4157달러)을 20% 이상 앞섰다.

한국은 대기업과 소기업 간 임금 격차도 일본보다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양국의 기업 규모별 임금 격차를 보면 일본은 대기업(1000인 이상) 초임이 소기업(10~99인)보다 14.3% 높은 데 그쳤지만, 한국은 33.4%나 높아 일본의 두 배가 넘는다. 이는 일본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한국만큼 피하지 않는 배경으로 풀이된다.

얼마 전 국제통화기금(IMF) 발표에서 지난해 1인당 GDP가 한국을 앞지른 대만과의 비교는 더욱 극명하다. 한국(5인 이상) 대졸 초임은 4만2160달러로 대만(2만9877달러)보다 41.1% 높다. 기업의 실질 인건비 부담을 보여주는 시장환율 기준으로는 한국이 2만4295달러로 대만(1만2706달러)의 약 1.9배에 달한다. 대만은 높은 경제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국보다 훨씬 낮은 비용 구조로 글로벌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 “성과 무관한 호봉제가 채용 문턱 높여”

전문가들은 한국의 고임금 구조가 ‘강한 연공성(호봉제)’과 결합해 청년 고용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이나 대만은 직무·성과 중심 임금 체계가 정착되어 있거나 연공성이 낮아 기업의 신규 채용 부담이 적지만, 한국 대기업은 한 번 채용하면 정년까지 매년 자동으로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 비중이 여전히 높다. 높은 초임에 가파른 임금 상승 곡선까지 더해지면서 기업이 신규 채용 자체를 줄이는 ‘채용의 역설’에 직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 근로자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65세 법정 정년 연장은 청년 고용을 더욱 위축시킬 우려가 있어,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확산 등 노동시장 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재계 제언이 나온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우리 대기업 대졸 초임이 일본·대만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임을 확인했다”면서 “우리나라는 높은 대졸 초임에 연공성이 강한 임금체계가 결합하고, 노조의 일률적·고율 임금 인상 요구가 더해지면서 대기업 고임금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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