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 상대 성범죄’ 이후 1년 4개월, 그 마을 다시 가보니… ‘아픈 기억’ 옛 관사 허물고 CCTV 설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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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 양극화 지방학교가 위태롭다]

27일 전남 신안군의 섬마을 입구 통합관사 신축공사 현장에 비가 내리고 있다. 이 자리에 있다가 철거된 초등학교 옛 관사(사진 
왼쪽 손에 들고 있는 사진)에서는 16개월 전 주민 3명이 여교사를 성폭행했다. 신안=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27일 전남 신안군의 섬마을 입구 통합관사 신축공사 현장에 비가 내리고 있다. 이 자리에 있다가 철거된 초등학교 옛 관사(사진 왼쪽 손에 들고 있는 사진)에서는 16개월 전 주민 3명이 여교사를 성폭행했다. 신안=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비가 내리고 바람까지 불어서인지 27일 오전에 찾은 전남 신안군의 한 섬마을은 평소보다 조용한 분위기였다. 마을 야산 입구의 건물 신축 현장에도 굴착기 한 대가 그대로 멈춰서 있었다. 40대로 보이는 근로자 한 명만 현장을 둘러보던 중이었다. 어떤 공사인지 묻자 “30년 된 학교 관사 3개 동을 부수고 4층(지하 1층 포함)짜리 다세대주택을 짓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 있던 낡은 학교 관사는 4개월 전 철거됐다. 지난해 5월 끔찍한 범죄가 벌어졌던 바로 그곳이다. 학부모인 주민 3명이 여교사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현장이다. 이들은 2심 재판에서 징역 7∼10년을 선고받은 뒤 대법원에 상소했다. 피고인의 한 친척은 “3명 모두 잘못을 반성하고 있지만 여전히 범행 공모는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당시 관사의 잠금장치는 허술했다. 폐쇄회로(CC)TV는 아예 없었다. 이런 부실한 보안장치가 사건의 한 원인으로 꼽혔다.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도서 벽지에 교원을 위한 통합관사 신축 정책을 발표했다.


현재 공사 중인 다세대주택은 내년 4월 완공된다. 대지면적 998m², 연면적 649m² 규모다. 방이 1개(원룸형)인 숙소 12채와 2개(투룸형)인 3채로 구성됐다. 예산은 18억 원이 투입됐다. 이곳에서 300∼500m 정도 떨어진 곳에 각각 초등학교와 면사무소가 있다. 다세대주택은 교직원뿐 아니라 다른 공공기관 직원도 거주할 수 있는 통합관사다. 초등학교 교직원이 11채, 면사무소·보건소 직원이 4채를 쓴다.

방도 기존 관사(20m²)에 비해 넓다. 원룸형은 26m², 투룸형은 36m²이다. 방에는 TV와 세탁기 에어컨 등 각종 가전제품이 갖춰져 있다. 입구 등 주변에는 CCTV가 설치된다. 이 마을 초등학교의 한 관계자는 “통합관사에 각종 생활시설을 갖춰 놓아 교직원들은 생필품만 챙겨서 들어가면 된다”라며 “이전보다 훨씬 안전하고 편안한 주거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통합관사 앞 도로 전신주에는 CCTV 3대가 작동 중이다. 지난해 사건 때만 해도 주변에 CCTV가 하나도 없었다. 경찰이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데 어려움을 겪은 이유다. 주민 박모 씨(54)는 “사건 발생 후 항구부터 마을까지 이르는 도로의 3, 4개 지점에 CCTV가 설치됐다”고 말했다.

상당수 주민은 사건 발생 1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심적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마을 어귀에서 만난 한 노인은 기자의 질문에 “모른다”는 말만 반복하며 가던 길을 재촉했다. 통합관사 앞에서 만난 한 50대 남성은 “일어나서는 안 될 사건이 터졌다”면서도 “주민들은 빨리 잊고 싶다. 이제 그만하자”라고 기자에게 외쳤다. 주민들은 일부의 잘못이 섬마을 주민 2300명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는 의견이다. 김모 씨(72·여)는 “마을 역사가 수백 년 됐는데 이런 사건은 처음일 것”이라며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정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신안=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여교사#성범죄#섬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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