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판단으로 부실수사 불러
학대 신고 3년새 倍로 늘었지만 아동기관 상담원 150명 증가 그쳐
목포 6세 아동 실명(失明) 학대 사건에서 병원으로부터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받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담당 의사의 소견서를 확보하지 못하고 ‘학대는 없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시는 30일 “해당 광주아동보호전문기관이 의사 소견서를 확보하지 못한 채 ‘A 군이 학대를 당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고 보고 시정조치를 내렸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도 전국 60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한 의사나 교사 등은 반드시 면담을 하라고 지시할 방침이다.
현행 아동보호전문기관 운영규칙은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접수하면 의사 소견을 참고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신고를 받은 광주아동보호전문기관 측은 수술 중이라는 이유로 A 군을 진료한 조선대병원 의사를 만나지 못했다. 당시 상담원은 A 군의 친모 최모 씨의 거짓말만 듣고는 이 의사를 다시 만나러 가지 않았다. 결국 3일 후 ‘학대당한 것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경찰에 통보했다. 상담원을 비롯한 직원 2명은 상급기관의 징계를 받았다.
광주아동보호전문기관이 A 군을 진료한 의사의 소견을 들었다면 ‘학대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을 확률이 낮고, 당시 전남 목포경찰서가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섰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부실한’ 판단의 배경에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열악한 인력 상황과 처우, 근무 환경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전국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서울과 부산 각 1곳만 지방자치단체가 직영하고 나머지 58곳은 7개 아동기관이 위탁 운영한다. 아동학대 신고는 아동학대처벌법이 제정된 2014년 1만7791건에서 올해 3만 건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기관은 9곳, 상담원은 150명밖에 늘지 않았다. 광주아동보호전문기관에는 지난해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600여 건 접수됐다. 상담원 1명이 기존 신고를 포함해서 연간 50∼60건을 관리한 셈이다.
전국 60개 기관의 상담원 약 1000명은 월 250만 원 안팎을 받으며 24시간 대기 근무한다. 학대받은 아동과 상담한 뒤 외상후스트레스장애(트라우마)에 시달리기도 하고 부담감도 커 연간 평균 30%가 그만둔다. 아동학대피해가족협의회 측은 “아동학대 조사를 위한 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남지방경찰청은 수사 요청을 사실상 묵살한 당시 목포서 간부 2명에 대해 광주지방경찰청에 ‘지휘감독 소홀’이라는 감찰조사 결과를 통보했다. 직원 2명은 징계 방침이다. 사건 이후 소속을 옮긴 간부 2명에 대해 광주경찰청은 경고 조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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