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지’ 제작해 위안부 할머니 돕는 철원 고교생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0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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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알리기 프로젝트와 위안부 소녀 배지 판매를 진행 중인 강원 철원고와 철원여고 역사동아리 학생들이 20일 철원여고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철원고 동아리 집현전 제공
위안부 알리기 프로젝트와 위안부 소녀 배지 판매를 진행 중인 강원 철원고와 철원여고 역사동아리 학생들이 20일 철원여고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철원고 동아리 집현전 제공
강원 철원고 3학년 이찬희 군(18)은 10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위안부 할머니를 돕기 위한 ‘위안부 소녀 배지’를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다. 배지 판매는 이 군이 회장인 철원고 역사동아리 ‘집현전’과 철원여고 역사동아리 ‘온고지신’이 ‘위안부 알리기 프로젝트’의 하나로 진행 중인 사업이다. 배지 1개 가격은 2000원.

이후 이 군의 SNS와 휴대전화로 주문이 쇄도했다. 경기 김포 한 고등학교에서는 학생과 교직원들이 500개를 주문했다. 위안부 소녀상을 만든 조각가 김운성 씨 부부도 주문에 동참했다. 당초 150~200개 판매를 예상했던 학생들은 제작업체에 1100개를 만들어달라고 물량을 늘렸다. 그러나 주문은 계속 이어지고 있어 추가 제작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고교생들이 제작한 위안부 소녀 배지.  철원고 동아리 집현전 제공
고교생들이 제작한 위안부 소녀 배지. 철원고 동아리 집현전 제공
배지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고 일제의 만행도 잊지 말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위안부 소녀상 철거 문제 같은 논란이 발생하는데도 사람들이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쏟고 있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이 학생들을 자극했다. 집현전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내놓았고 온고지신 학생들이 디자인을 했다.

배지는 가슴에 파란색 물망초 꽃을 단 위안부 소녀의 옆모습을 형상화했다. 거칠게 잘린 단발머리는 부모와 고향으로부터 강제로 단절된 아픔을, 둥글납작한 얼굴은 단호하면서 굳은 의지를 표현했다. 물망초는 꽃말이 ‘나를 잊지 마세요’라는 것을 감안했다.

학생들은 배지 판매 수익금 전액을 위안부 할머니들을 지원하는 정의기억재단과 경기 광주 나눔의 집을 찾아가 기부할 예정이다. 이때 할머니들에게 배지를 직접 달아드릴 계획이다. 이 군은 “당초 예상보다 반응이 정말 좋아 당황스러울 정도”라며 “우리들의 이런 노력이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철원=이인모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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