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이유로 병역거부 3명, 항소심 첫 무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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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복무 인정해 떳떳이 살게해야” 광주지법, 인권선진국 위상 강조
헌재 3번째 결정 앞두고 논란 가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이른바 양심적 병역 거부를 무죄로 본 판결이 항소심에서 처음으로 나왔다.

 광주지법 형사합의3부(부장판사 김영식)는 18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 씨(22)에 대해 원심대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같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받은 조모 씨(22) 등 2명은 징역 1년 6개월의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김 씨 등 3명은 2015년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해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재판부는 먼저 양심적 병역 거부 사안이 현재 판사들 사이에서 가장 많은 인권 논쟁이 벌어지고, 고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2000년부터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해서는 군사법원이 아닌 일반 법원에서 재판을 하고 있는데 통상 형법 51조(양형의 조건)를 적용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있다”고 했다. 또 “병역 거부에 대해 형 집행이 불가피하지만 일부 재판부는 법정구속을 하지 않거나 구속영장도 발부하지 않아 일부에서는 현실상 무죄 불가피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을 규범과 현실이 타협한 판결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가 유죄를 받은 뒤 대체복무를 하는 등 사실상 대체복무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만큼 대체복무를 인정해 떳떳하게 공동체로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국제사법재판소장과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하고 유엔 이사국에 선출되는, 국제적으로 인권 선진국에 진입한 만큼 인권 문제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형사 처벌을 둘러싼 법적 논란은 10년 넘게 진행되고 있다. 2004년 5월 서울남부지법 이정렬 판사가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이 헌법상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처음으로 무죄 판결했다. 하지만 같은 해 7월 15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를 열어 대법관 12명 중 11명이 양심적 병역 거부자의 양심의 자유가 병역 의무보다 우선할 수 없다며 형사 처벌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해 8월 26일 헌법재판소도 7 대 2로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처벌하는 것이 합헌이라고 결정했고 2011년 8월 30일에도 마찬가지였다. 대법원과 헌재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처벌하는 것이 합법의 테두리 내에 있다고 봤지만 일선 법원에서 무죄로 판단하는 경우가 계속 나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광주지법, 수원지법 등 1심 재판부에서 무죄 판결을 한 경우가 9건이다.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 현역 입대를 하지 않아도 된다.

 헌재는 이르면 올해 안에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처벌하는 병역법에 대한 세 번째 결정을 내린다. 헌재에서 해당 사건 28건이 진행 중이다.

이형주 peneye09@donga.com·배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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