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끼어들기-안전 무시한 도로가 부른 참극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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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공사로 갓길에 가드레일… 내리막길서 급격하게 차로 변경
경찰 “연료통 폭발해 피해 커져”… 운전사 교통관련 전과 12건

 
14일 울산 울주군 경부고속도로 언양 나들목에서 경주 나들목 방향 1km 지점. 전날 관광버스가 전소된 지점의 도로와 콘크리트 가드레일은 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1.2m 높이의 가드레일이 갓길을 차지하면서 2차로 밖 여유 공간은 40cm 정도에 불과했다. 충돌을 우려한 일부 차량들은 도로 왼쪽으로 치우쳐 차선을 밟고 달렸다. 승객 10명의 생명을 앗아간 13일 관광버스 참사는 이처럼 ‘공사 중 도로’의 위험한 환경과 운전자의 무리한 주행이 초래한 인재(人災)였다. 사고 지점을 자주 지나는 한 화물차 운전사는 “도로가 구불구불한 데다 갓길을 차지한 가드레일 때문에 대형차들은 도로를 지날 때마다 조마조마했다”고 말했다.

 운전사 이모 씨(48)의 무리한 끼어들기도 문제였다. 사고 지점은 얕은 내리막길이어서 과속 우려가 있는 구간이다. 고속도로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2차로를 달리던 이 씨는 1차로로 차로를 변경해 차량 여러 대를 추월한 뒤 다시 2차로로 급격하게 차로를 바꿨다. 인명 피해를 키운 건 버스에 난 화재였다. 경찰은 버스가 가드레일과 충돌하는 순간 연료통이 깨지고 마찰로 생긴 불꽃 때문에 버스에 불이 붙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충돌 강도에 비해 인명 피해가 컸다. 연료통이 폭발하면서 승객들이 대피할 시간을 놓쳤다”고 말했다.

 사고 버스에는 승객들이 빠져나올 비상구도 없었다. 화재가 발생한 출입문 쪽은 가드레일에 막혀 탈출이 불가능했다. 대부분의 관광버스는 이처럼 사고가 발생했을 때 탈출할 비상구가 없다.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정원 16인 이상 차량은 차체 뒤쪽에 비상구를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예외규정이 있다. 총면적 2m² 이상의 강화유리가 일정 규격 이상으로 부착된 경우 비상구가 있는 것으로 여긴다.  사고가 나면 승객들은 비상망치로 유리를 깨고 탈출해야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한밤중 실내등이 꺼지거나 차내에 연기가 가득 차면 비상망치를 찾기 힘들다. 이번에도 생존자들은 “비상망치를 찾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버스 운전사 이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씨는 음주와 무면허 사고 등 12건의 교통 관련 전과가 있다.

박성민 min@donga.com /울산=강성명 기자
#울산버스#관광버스#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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