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함께한 동기들… 입사기념일마다 생각날텐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울산 관광버스 참사… 생존자들 통곡

 “40년 친구들인데, 이렇게 허망하게 잃다니….”

 병실 침대에 누워 있는 김모 씨(62)의 뺨 위로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김 씨는 13일 경부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관광버스 화재 참사에서 겨우 목숨을 건졌다. 이 버스에는 김 씨 등 1979년 한화케미칼에 입사했던 동기 7명과 이들의 부인 형제 지인 등이 함께 탔다. 부인과 함께 가까스로 탈출한 그는 “살아남은 게 죄스럽다”며 통곡을 멈추지 못했다.

 14일 울산대병원에서 만난 김 씨는 사고 당시의 충격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했다.

 “휴게소에서 다 같이 우동 한 그릇씩 먹고 출발할 때만 해도 버스 안에서 웃고 떠들며 다들 즐거운 분위기였는데…. 그런데 갑자기 버스가 ‘쿵’ ‘쿵’ 소리를 내며 도로 옆 벽을 들이받고 멈춰 섰어. 창밖을 보니 버스 아래쪽에서 갑자기 불이 확 치솟았고 집사람이 ‘아, 뜨거워’ 하고 소리치더라고.”

 김 씨 부부는 앞에서 두 번째 좌석에 앉아 있었다. “안전벨트를 빨리 풀라”고 소리쳤지만 놀란 아내는 우왕좌왕했다. 함께 일어서려는 순간 검은 연기가 버스 안에 가득 퍼지기 시작했다. “불났다. 전부 다 뒤쪽으로 가자”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 자리를 옮겼다. “버스 뒤쪽 창문을 손과 발로 얼마나 쳤는지 모른다. 도저히 깨지지 않길래 이제 죽는가 싶었다. 이렇게 다 죽는구나….”

 그때 누군가가 운전석 바로 뒤쪽 유리를 두드리더니 깨뜨렸다. 김 씨는 아내의 손을 잡고 얼른 앞쪽으로 향했다. 구멍을 통해 나왔지만 사람들이 따라 나오지 않았다. 그는 “다시 들어가려고 했는데 불이 확 일어났다. 도저히 무서워서 못 들어가고 도로에 주저앉아 펑펑 울기만 했다”고 떠올렸다.

 이번에 함께 여행을 간 친목모임은 ‘육동회’. 입사 동기들이 2009∼2012년 차례로 퇴직한 뒤 매년 6월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졌다. 매달 10만 원씩 모아 캄보디아 등지로 여행을 다녀왔고 이번에는 중국 장자제(張家界)를 다녀오던 길이었다. 김 씨는 “6월 1일이 우리 입사일이어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 이제 6월만 되면 다들 생각날 텐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탑승자 중에는 ‘형제 부부’도 있었다. 4명 가운데 3명이 이번 사고로 숨지고 동생 진모 씨(61)만 살아남았다. 진 씨는 화상을 입고 울산대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다행히 상태가 호전돼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겨졌지만 정신적 충격에서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진 씨의 아내는 다른 좌석에서 지인들과 얘기를 나누다 사고를 당해 남편을 따라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 씨의 딸은 “아버지가 자꾸 ‘형님 부부, 너희 엄마 데리러 가야 해’라고 말하신다”며 울먹였다.

 A 씨(63)는 이번 사고로 동행했던 아내를 잃었다. 부부는 16일 딸의 결혼식을 앞두고 있었다. A 씨의 지인은 “함께 여행 간 사람들에게 딸과 예비사위 자랑을 많이 했다고 하던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사고 버스는 13일 오후 7시 55분 대구공항에서 울산으로 출발했다. 당초 버스에는 운전사와 관광가이드를 포함해 모두 22명이 타고 있었다. 승객 중 원모 씨(54) 부부는 대구 시내에서 먼저 내려 화를 면한 것으로 전해졌다.한화케미칼 관계자는 “시신 확인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회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도의적인 차원의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울산=강성명 smkang@donga.com /정동연·이샘물 기자
#관광버스#참사#유족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