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예외규정’이 10명 목숨 앗아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비상구 설치 대신 ‘강화유리 창문’
사고 관광버스도 예외규정 설계… 유일한 출입문은 가드레일에 막혀

  ‘안전에 예외는 없다’는 기본 원칙이 또다시 무시당했다. 13일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언양 갈림목 근처에서 발생한 관광버스 화재는 순식간에 1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유일한 탈출구인 출입문이 공사를 위해 설치한 대형 콘크리트 가드레일에 막혔기 때문이다. 유리창을 깰 수 있는 비상망치가 있었지만 컴컴한 버스 안에서 이를 찾는 건 불가능했다.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16명 이상이 타는 자동차는 차체 뒷면이나 왼쪽 면에 비상구를 설치해야 한다. 출입문을 열 수 없을 때 탈출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여기에 예외 규정이 있다. 일정 크기 이상의 강화유리로 된 창문이 있으면 비상구를 설치한 것으로 간주하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버스 제조사들은 값비싼 비상구 설치를 외면하고 있다.  

사고가 난 곳은 운전자들에게 이미 ‘공포의 도로’로 불릴 정도로 위험한 구간이었다. 사고 버스는 1차로에서 갑자기 2차로로 급하게 진로를 변경하면서 콘크리트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해당 구간(55.03km)은 경부고속도로의 마지막 미확장 구간으로 현재 왕복 4차로를 6차로로 늘리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2차로 바깥쪽에 공사를 위한 콘크리트 가드레일이 설치돼 있다. 사실상 갓길이 없어지면서 차로 변경 때 충돌 가능성이 컸지만 관광버스는 제한속도(시속 80km)를 초과해 과속하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버스#강화유리#창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