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비용 냉정히 따져 씀씀이 미리 줄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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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준비 안된 한국사회]국민연금공단 무료 노후 컨설팅 받아보니

기자(오른쪽)가 9월 29일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서 전문가에게 노후 컨설팅을 받고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기자(오른쪽)가 9월 29일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서 전문가에게 노후 컨설팅을 받고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직장 생활 25년 차에 접어든 김모 씨(52·서울 중구)에겐 결혼을 앞둔 자녀가 2명 있다. 주변에서 ‘은퇴를 준비하라’는 말을 해주지만 자녀 결혼 자금을 생각하니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노후 전문가들은 “자산이 많지 않아도 평소 작은 노력에 따라 노후 생활이 달라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기자는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를 찾아가 ‘노후 준비 방법’을 상담했다. 공단은 전국 107곳의 지사에서 재무, 건강, 여가, 대인관계 등 4개 영역에 대한 노후 컨설팅을 무료로 해준다.

 노후설계 전문가인 조현섭 노후준비종합상담 차장은 기자의 수입과 지출, 기대수명, 금리, 물가상승률 등을 종합해 노후 월소득과 생활비를 계산했다. 기자의 기대보다 노후 소득이 100만 원가량 부족하자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 퇴직연금, 주택연금으로 어떻게 메울 수 있는지를 조언했다. 이어 노후 준비를 위해 명심해야 할 5계명을 강조했다.

 우선 자신을 분석해야 한다. 은퇴 시기를 냉정히 돌아본다. 이후 자신이 원하는 한 달 생활비 목표치를 정한 뒤 어떻게 목표 소득을 벌지를 구체화한다. 현재 저축은 얼마나 했는지, 자산 중 부채 비율은 어느 정도인지 함께 살핀다. 국민연금, 개인연금 수령액도 점검한다. 늦어도 55세 전에 재무설계 등 전문가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또 자신만의 ‘최저생활비’를 찾아야 한다. 국민연금연구원이 1만2429명을 조사한 결과 고령 부부 노후 생활비로 필요한 돈은 월평균 217만8000원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적지 않은 액수다. 하지만 주거가 해결되면 이보다 적은 액수로도 가능하다. 현재의 지출에서 저축액, 자녀 교육비, 아파트 관리비(99m² 이상) 등의 금액을 빼면 생활비가 의외로 낮아진다.

 퇴직 2, 3년 전부터 노후에 필요 없는 부분을 줄이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최모 씨(83)도 작은 집으로 옮겨가기 싫어했다. 하지만 80세가 되자 105m²(약 32평)의 아파트를 청소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그래서 서울 외곽의 10평대 아파트로 옮겼다. 최 씨는 “공기도 맑고 여유자금도 생겨 삶이 나아졌다”며 웃었다.

 현재 노인층은 자식과 같이 은퇴하는 세대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김모 씨(79)의 경우 은퇴 후 아들에게 생활비 50만 원을 받아 왔다. 하지만 최근 아들이 55세를 넘겨 은퇴하면서 용돈이 끊겼다. 직장인 강모 씨(59)는 은퇴 전 아들 결혼자금으로 1억 원을 준비하려 했지만 그러다간 은퇴 후 한 달 생활비가 50만 원 줄어든다는 진단을 받고 포기했다. 강 씨는 “내 노후가 어려워져 생활비를 받는 것이 자식에게 더 부담을 준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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