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도심서 증기기관차 달리는 모습 볼 수 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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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선인 대전~서대전역 구간에 증기기관차 재현해 왕복 운행”
철도박물관 유치 위해 이색 제안

‘뿍, 뿌∼∼욱!!!’

네덜란드 호른역에서 메덤블리크역까지 운행하는 증기기관차는 과거로의 여행이다. 기관사는 차창 밖으로 고개를 쭉 내밀고 객차를 쳐다본다. 화차는 흰 연기를 뿜으며 기적소리를 내고 역무원은 기차표에 도장을 찍어준다. 엄마는 그물망에 넣은 감귤과 삶은 계란을 무릎 위에 펴 놓는다.

18세기 증기기관차가 유럽의 일부 관광지에서 재현돼 사랑을 받듯 대전에서도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대전시는 1000억 원대 규모의 국책 프로젝트인 국립철도박물관 유치를 위해 대전 도심에 증기기관차를 투입하는 ‘산뜻한 제안’을 내놓았다. 사실상 폐선인 대전역(경부선)∼서대전역(호남선)을 잇는 대전선에 증기기관차를 재현 투입하고 그 사이에 있는 중촌근린공원에 철도테마파크인 박물관 2관을 조성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새로운 전략을 계획한 것.

권선택 대전시장은 27일 정책브리핑을 갖고 당초 코레일·한국철도시설공단 본사가 있는 대전역 주변 한 곳을 철도박물관 후보지로 정한 방침을 바꿔 중촌근린공원에 글로벌 철도테마파크와 순환 증기기관차를 운행하는 박물관 2관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단순한 철도 관련 하드웨어만 조성하는 게 아니라 철도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콘텐츠를 입히겠다는 구상이다.

주요 내용을 보면 1관(대전역)∼2관(중촌근린공원)∼서대전역까지 5.7km 구간에 ‘도심 증기기관차’를 투입해 왕복 운행하게 된다. 이 구간은 과거 대전역에 도착한 목포행 ‘대전발 0시 50분’ 열차가 지나던 노선으로 증기기관차를 운행할 경우 대전역(경부선)과 서대전역(호남선)의 연결성도 아울러 높아진다.

박물관 2관 예정 부지(8만4000m²)는 대부분 시유지여서 전액 국비로 진행하는 이번 사업 과정에서 국토교통부의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대전시는 이곳에 각국 음식판매용 열차 카페인 ‘푸드 트레인’과 순환형 체험열차 등 철도 및 열차 테마파크로 조성할 예정이다.

대전시는 이와 함께 박물관 1관 조성을 위해 추가 매입해야 하는 부지에 대해서도 전액 시비(78억 원 상당)를 지원키로 했다. 1관에는 철도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콘텐츠를 담고 역세권 주변을 조망할 수 있는 ‘스카이 브리지’와 레고철도모형 등을 만들 방침이다.

권 시장은 “증기기관차는 철도의 역사이자 명물로,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는 콘텐츠가 될 것”이라며 “시가 보유한 철도자산을 활용해 차별화한 전략을 짠 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한편 전국 10여 개 도시가 국립철도박물관 유치를 위해 경합하는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빠르면 내달 중 후보지 현장 실사를 벌여 올해 안으로 후보지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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