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영이 사건 첫 공판, 친부 “아이들에게 잘하면 더 큰 피해 갈까봐” 방청객 분노·눈물

  • 동아닷컴
  • 입력 2016년 5월 27일 20시 39분


'락스·찬물 세례' 등 계모의 모진 학대 끝에 숨진 '원영이 사건' 첫 공판이 열렸다.

수원지법 평택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김동현)는 27일 오후 제23호 법정에서 살인 및 사체유기,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원영군의 계모 김모씨(38)와 친아버지 신모씨(38)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방청석에는 원영군을 잔혹하게 살해한 부부의 얼굴을 보기 위해 나온 시민 50여명이 자리했다.

김씨와 신씨가 법정에 모습을 보이자 방청석에서는 분노에 찬 탄식 새어나오는 등 술렁였다. 일부 방청객은 '나쁜XX'라는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수형 번호가 적힌 녹색과 하늘색 수의를 입고 담담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은 피고인들은 이들은 이름, 생년월일, 주소 등을 묻는 재판장의 인정신문에 낮은 목소리로 또박또박 답했다.

이어 검찰이 부검감정서와 의료자문위원 소견을 읽으면서, 2014년 초 아동센터에 맡겨질 당시 건장하던 원영이가 숨질 당시에는 몸무게가 15.3㎏으로 기아 수준, 거의 아사 직전이었다고 말하자 친부인 신씨는 눈물을 보이며 양손으로 연신 닦았다.

검찰이 원영이의 부검결과를 읽거나, 계모 김씨에 의해 원영이가 화장실에 3개월 동안 지냈다는 대목에서 방청객들도 울음을 터뜨렸다. 일부 방청객은 오열해 재판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신씨는 "원영이가 아내를 불러 (화장실에)가는 것을 봤다. 다녀와서는 '원영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들었다'고 했다. 나는 가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재판장은 이어 김씨에게 "아이를 괴롭힌 주된 이유가 뭐냐"고 물었고 재판내내 덤덤했던 김씨는 그제서야 흐느끼며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신씨는 "아이들에게 잘하면 부인과 사이가 나빠지고 그렇게 되면 아이들에게 더 큰 피해가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울먹이며 답했다.

이들 부부는 "원영이가 숨질 것을 알지 못했다"면서 검찰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사체유기·아동복지법·아동학대처벌특례법 위반 등은 모두 인정했다.

재판이 끝나자 일부 방청객들은 법정을 나서는 김씨와 신씨를 향해 큰 목소리로 "살인마", "죽어라", "저주 받아라" 등을 외치며 분노를 표출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동안 원영군을 화장실에 가둔 채 갖은 락스를 들이붓는 등 학대를 일삼고 영하 8도의 날씨를 보인 1월31일~2월1일 사이 원영군의 몸에 찬물을 뿌린 뒤 그대로 화장실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와 신씨는 또 원영군이 사망한 뒤 시신을 이불로 싸서 10일간 베란다에 보관하다 평택 청북면 한 야산에 원영군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도 받고 있다.

다음 재판은 6월24일 오후 1시30분 열린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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