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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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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갑 경고그림 시안 공개… “혐오감” “수위 낮아” 엇갈린 반응
폐암-피부노화 등 주제 10종
그림 면적, 외국보다 적은 30%… 최종안 12월 23일부터 인쇄

“웃기는군요(ridiculous).”

담뱃갑 경고그림 등 한국의 담배 정책을 평가하기 위해 방한한 세계보건기구(WHO)의 한 전문가가 ‘경고그림은 지나치게 혐오감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관련법 조항에 대해 남긴 논평이라고 한다. 흡연자가 충격을 느낄 정도로 메시지를 선명히 전달하는 게 경고그림의 핵심인데, 혐오감의 수준을 제한한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12월부터 담뱃갑에 인쇄될 경고그림이 31일 공개되자 이처럼 “기대보다 수위가 낮다”는 지적과 “충분히 자극적”이라는 의견이 엇갈렸다.

이날 공개된 경고그림은 총 10종이다. 폐암 구강암 등 질병이 일어난 신체부위 또는 임신부 흡연, 성기능 장애 등을 주제로 한 사진을 담고 있다. 정부는 WHO의 권고에 따라 지난해 10월 민관 합동 경고그림위원회를 구성한 뒤 해외 경고그림 800여 건을 분석해 최종 후보 10종을 제작했다. 보건복지부는 6월 23일까지 이 중 일부를 탈락시킨 뒤 관련법 시행령을 고쳐 12월 23일부터 경고그림을 인쇄한다. 담배회사는 경고그림을 임의로 선택할 수 없고 생산된 제품에 골고루 나눠 붙여야 한다. 전자담배에 붙일 그림도 곧 정한다.

경고그림의 수위를 놓고는 견해가 갈렸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이날 30, 40대 직장인 흡연가 20명을 설문한 결과 “담배를 끓고 싶을 만큼 혐오스럽다”는 응답자는 2명이었다. 나머지 18명 중 2명은 “혐오스럽지만 금연 여부는 고민된다”고 했고 16명은 “별다른 감흥이 없다”고 답했다. 위원회가 최종 선정을 앞두고 벌인 일반인 대상 설문에서도 한국 경고그림의 ‘혐오감’ 항목은 5점 만점에 평균 3.3점으로 평가돼 외국 경고그림(3.69점)보다 낮았다. 이는 경고그림의 면적이 담뱃갑의 30%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외국의 경고그림은 경고문구와 합쳐 평균 53.8%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애연가 단체 ‘아이러브스모킹’ 이연익 대표(46)는 “불법적인 상품도 아닌데 소비자의 의견도 반영하지 않고 흉측한 사진을 부착하는 건 부당하다”고 했다. KT&G와 한국담배판매인회는 “아직은 공식적으로 내놓을 만한 입장이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추후 쟁점은 경고그림이 인쇄될 위치다. 전문가들은 경고그림이 담뱃갑 하단에 인쇄되면 판매대에 가려져 구매 억제 효과가 별로 없을 거라고 본다. 그림 위치가 확인된 해외 81개국 중 51개국은 그림을 상단에 인쇄하고 있다. 이는 4월 8일 규제개혁위원회 등을 거쳐 6월 최종 결정된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담뱃갑#경고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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