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소설도 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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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서 인간과 공동집필 단편, SF문학상 1차 심사 통과

내 옆에 언제나처럼 그 남자가 섰다. 최근 들어온 K다.

“어제 TV에서 하던 얘기 들었어?”

“어떤 얘기지?”

“싸고도 똘똘한 최신 인간형 로봇이 개발돼 공장에 도입하기 쉬워져서 인간의 일거리가 줄어든다는 얘기 말이야.”

이상은 단편소설 ‘나의 직업은’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놀라운 건 인공지능(AI)이 썼다는 점이다. AI가 인간과 공동 ‘집필’한 단편소설이 일본 공상과학(SF) 문학상 1차 심사를 통과했다.

일본 인공지능학회장인 마쓰바라 히토시(松源仁) 공립 하코다테미래대 교수가 주도하는 ‘인공지능에 의한 소설 창작 프로젝트’ 팀은 21일 도쿄(東京) 시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3회 닛케이 호시 신이치(星新一)상’에 단편소설 4편을 응모한 결과 일부가 1차 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응모작은 ‘나의 직업은’, ‘컴퓨터가 소설을 쓰는 날’ 등이며 가명으로 응모했다. 전체 응모작은 1400편이 넘었다.

연구진은 2012년부터 일본에서 ‘초단편소설(200자 원고지 20장이 안 되는 단편소설)의 신(神)’이라 불리던 SF작가 호시 신이치(1926∼1997)의 작품을 교과서 삼아 AI에 이야기를 지어내게 하는 연구를 진행해 왔다. 연구진은 호시가 남긴 소설 1000여 편을 컴퓨터로 분석해 단어의 종류와 문장 길이, 말하는 법 등의 특징을 컴퓨터에 학습시켰다. 또 한발 더 나아가 작품의 구조를 비교한 뒤 그것들을 조합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훈련도 했다.

이번 응모작들의 경우 이야기 구성이나 등장인물, 성별 등을 인간이 설정해 주면 AI가 상황에 맞춰 준비된 단어나 단문을 골라 집필했다. 마쓰바라 교수는 “이번에는 문장이 성립할 것, 작품으로서 읽을 수 있는 정도가 될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SF작가 하세 사토시(長谷敏司) 씨는 “소설이 제대로 돼 있는 것에 놀랐다. 그러나 상을 받기에는 인물 묘사 등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과제는 복선 깔기, 캐릭터의 매력 표현하기 등 감성적인 부분을 어떻게 풀어 나가느냐다. 연구진은 앞으로 2년 후에는 AI가 인간의 개입 없이 혼자서 소설을 쓸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마쓰바라 교수는 “지금까지의 AI는 바둑이나 장기 등 답이 있는 문제를 푸는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는 인간의 창조성으로 도전 영역을 넓히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ai#인공지능#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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