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유재영]정부 부실감사가 키운 ‘수영연맹 비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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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영·스포츠부
유재영·스포츠부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진 대한수영연맹의 부패는 충격적이다. 수영 스타 박태환을 키운 노민상 감독까지 연맹 전무에게 9000만 원을 상납해야 했을 정도로 부패의 뿌리는 깊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비정상적인 관행의 정상화’를 외치며 2013년부터 정부가 대대적으로 벌인 감사와 조사에서는 이 같은 비리가 적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3년 특별 감사를 통해 대한복싱협회 등 10개 단체를 수사 의뢰하고, 11개 단체에서 19명을 형사 고발했다. 대한야구협회 등 18개 단체에서 부정하게 집행된 공금 15억 원가량을 환수 조치했다.

그러나 당시 수영연맹에서 적발한 비리는 단 한 개였다. 그것도 공금 횡령이나 금품 상납 비리가 아닌 다이빙과 수중발레 대표 선발 과정에서 연맹 경기력향상위원회가 임의로 회장 결재를 받아 선수를 선발했다는 것이었다.

문체부가 경찰과 함께 2014년 2월 출범시킨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의 조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문체부가 2014년 12월 발표한 중간 조사결과에서 센터에 접수된 269건의 제보 중 단 4건만이 검찰에 송치되거나 수사 의뢰됐다. 수영은 6건의 신고가 있었지만 모두 단순 종결됐다.

그러나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로 체육단체에 대한 이전의 감사와 수사가 수박 겉핥기로 이뤄졌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훈련비 횡령 등이 적발된 대한사격연맹과 대한승마협회에 대해서도 곧 검찰의 수사가 시작될 것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정부의 부실 감사에는 체육계의 잘못된 인식도 한몫했다. 수영연맹의 한 임원은 “수영인들은 그들 나름대로 밥그릇이 깨질까 봐, 학부모는 행여 자식에게 피해가 갈까 봐 연맹 핵심 임원들의 행태를 관행으로 여기고 침묵해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수영연맹의 간부가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될 때도 돈을 준 학부모와 수영인들이 관행을 이유로 진술을 꺼리는 바람에 윗선에 대한 수사는 더이상 이뤄지지 못했다.

오랜 세월 권력을 쥔 소수 임원들이 관행이라는 탈을 쓰고 제왕적으로 단체를 운영해 온 것은 비단 수영연맹만이 아니다. 따라서 뿌리 깊이 박힌 비리의 근절을 위해서는 체육계 전체가 먼저 관행이라는 벽부터 부숴야 할 것이다.

유재영·스포츠부 elegant@donga.com
#정부#부실감사#수영연맹#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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