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전교조 교육감이 부른 교육현장 혼란, 제자리 잡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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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과 정부가 친(親)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성향의 교육감들이 내놓은 좌편향 정책에 잇달아 제동을 걸고 나섰다. 대법원은 전북도교육청의 학교자치조례를 집행 정지시켰고, 교육부는 친일인명사전 배포를 강행하는 서울시교육청에 “법적 절차를 지켰는지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법외 노조 판결을 무시하는 전교조에 대한 정부의 압박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좌편향 정책과 전교조의 투쟁 일변도 기조는 학교 현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결국 그 피해는 교사와 학생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친전교조 진영이 최소한 실정법의 테두리는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 “친일인명사전 배포, 절차 무시 의혹”… 교육부, 서울교육청 재압박

교육부는 3일 “친일인명사전을 교육자료로 선정해 배포하기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심의 절차를 지켰는지 확인해 8일까지 보고하라”며 서울시교육청을 압박했다. 교육부는 각 학교가 도서를 구입하려면 학교도서관진흥법과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나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시교육청이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중고교 583곳에 친일인명사전 구입을 강제했다고 보고 있다.

일선 학교의 불만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사립중고등학교교장회는 ‘친일인명사전 구입 강제 방침이 학교장의 자율권과 교사의 교권, 학교도서관운영위의 심의 권한도 침해한다’는 성명서를 4일 발표하기로 했다. 교장회는 특히 서울시의회가 친일인명사전 구입을 거부한 학교장들에게 7일 출석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에 반발하고 있다. 조형래 회장(배명고 교장)은 “구입을 거부한 학교장에게 시의회로 출석하라는 건 교권을 침해하는 행위이고 정치권력이 교육 위에 군림하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3일 현재 시교육청에 친일인명사전 구입 거부 의사를 밝힌 학교는 자율형사립고 3곳을 포함해 사립학교 6곳이다. 당초 거부 의사를 밝힌 학교가 13곳이었지만, 일부 학교가 시의회의 출석 요구 공문 때문에 방침을 바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3일 “시의회가 학교장에 대한 강제 소환과 징계 요구를 강행한다면 소송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 “학교장 권한 옥죄는 조례, 집행정지”… 대법 “전북교육청, 상위법 위반”


일부 교육감이 추진하는 학교자치조례에도 제동이 걸렸다. 교육부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달 26일 전북도교육청의 ‘전북 학교자치조례안’의 집행을 정지하라고 결정했다.

도교육청이 1월 공포한 이 조례는 일선 초중고교에 학칙, 예산, 교육과정을 심의하는 ‘교무회의’와 담임 배정, 교원 업무를 심의하는 ‘교원인사자문위원회’를 의무적으로 두도록 했다. 교장은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교무회의와 자문위의 의견을 수용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교육부는 이 조례가 상위법을 위반할 뿐 아니라 교장의 경영권과 운영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며 대법원에 조례 무효 확인 소송을 내고 집행정지결정을 신청했다. 교육부는 “대법원의 결정은 교사와 학생의 자율권을 지키기 위한 가처분 성격”이라며 “조례의 위법성을 다루는 본안소송은 최소 2, 3년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학생자치조례는 친전교조 성향 교육감의 주요 공약 중 하나다. 표면적으로는 “지나치게 비대한 교장의 권한을 줄이고 교사의 권한을 늘려 학교 민주화를 이룬다”는 게 정책 목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일부 교육감이 자신의 지지 세력인 전교조의 영향력을 학교 현장에서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

대법원의 결정은 같은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경기도교육청과 강원도교육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 설립을 주도한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이미 2013년 이 조례를 만들었지만 교육부가 무효 확인 소송을 내 4년째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 ‘시국선언’ 전교조교사 징계 안한 교육감 14명 고발 ▼

교육부,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사무실 보증금 6억 가압류도 추진


교육부는 법외 노조가 된 뒤에도 정부로부터 본부 사무실 임차보증금으로 지원받은 국고보조금 6억 원을 반납하지 않는 전교조에 대해 4일 이후 법원에 가압류를 신청할 계획이다. 앞서 교육부는 두 차례 국고보조금 반납을 요청했지만 전교조는 응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국가채권관리법에 따라 전교조 본부 사무실 집기 등 재산을 가압류하게 해 달라고 법원에 신청하고 이후 국고보조금 지급 청구 소송도 제기할 계획이다.

교육부가 학교에 복귀하지 않은 노조 전임자 40명에 대한 직권면직을 각 시도 교육감들에게 요구한 가운데 전교조는 강경한 투쟁을 예고했다. 지난달 27일 전국대의원대회에서 “탄압을 뚫고 조직을 확대 강화하겠다”며 △총선 대응 교육혁명 의제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등을 현안 투쟁 사업으로 정했다.

교육부는 전교조가 전임자와 일반 조합원 간 역할 분담을 통해 이전보다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간부급 전임자들이 직권면직되면 더 이상 공무원이 아닌 만큼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필요가 없어진다. 결국 전임자들이 극한 발언과 투쟁을 주도하고 조합원들의 참여를 이끄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해 10월 29일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1차 시국선언에 참가한 전교조 조합원들을 징계하지 않은 14개 지역 교육감을 2일 검찰에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최예나 yena@donga.com·이은택 기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교육감#교육현장#친일인명사전#학교자치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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