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회新 1등에도 수영 국가대표 물먹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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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선 8등 연맹 임원팀 선수는 태극마크”… 현역 선수들이 털어놓은 ‘연맹 비리’

“아무리 1등 해도 소용없었어요. 그냥 저라서 안 되는 거였어요.”

지난해 전국체육대회에서 수영 금메달리스트에 오른 최정민(가명·24) 씨의 목소리에는 ‘원래 세상이 다 그런 거지’라는 자조적 탄식이 묻어났다. 최 씨는 지난해 국제수영대회 국가대표 선발전 자유형 100m 결선에서 대회신기록으로 1등, 50m 결선에서 2등을 차지했지만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반면 B 씨는 자유형 100m 결선에서 8등, 50m 결선에서 3등을 하고서도 대표팀에 뽑혔다. B 씨는 대한수영연맹 이사이자 실세인 박모 씨가 운영하는 A수영팀 소속이었다.

최 씨도 한때 A수영팀에 있었다. 중학교 3학년 때 상비군에 발탁된 후 A수영팀 제의로 팀에 들어갔다. 하지만 선수가 40명이 넘어 체계적인 훈련이 어렵다고 보고 팀을 나왔다. 최 씨가 옮겨간 팀은 당시 수영연맹 주류세력과 반목하던 P 감독 팀이었다. A수영팀 감독인 박 씨는 고교 1학년이던 최 씨에게 “네 발로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최 씨는 성인이 된 후 국내 대회에서 매년 금메달을 땄지만 한 번도 국가대표로 뽑히지 못했다. 2013년 국제대회 대표팀 선발전에서 자유형 50m 결선 1등을 했지만 대표팀 선발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때까지만 해도 50m에서 1등을 했어도 100m에서 6등을 해 실력이 부족한 줄만 알았다. 하지만 지난해 선발전에서 100m 1등, 50m 2등을 했는데도 탈락하면서 현실을 깨달았다. 최 씨는 그 충격으로 한 달간 수영을 하지 않았다.

최 씨와 가족은 연맹 측에 항의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어이없게도 B 씨가 자유형 100m(8등)와 50m(3등) 결선 기록이 좋지 않았지만 자유형 50m 예선에서 대회신기록으로 1위를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당시 대회에 출전한 다른 선수는 “결선 성적이 안 좋은데 예선 1등 했다고 국제대회에 나가는 일은 거의 없다”며 “선수들은 그 선수(B 씨)가 A수영팀 소속이라 가능했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최근 최 씨는 생애 첫 대표팀 선발에 다시 도전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28일 경북 김천시에서 열린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대표 선발 1차전 자유형 50m 결선에서 대회신기록으로 1위에 올랐다.

최 씨 사례 외에 선수가 실업팀에 취업할 때 연봉의 10%를 상납하라고 수영연맹 임원이 압박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최근 A수영팀에서 나온 C 씨는 “실업팀과 입단 계약을 했을 때 A수영팀 감독이자 연맹 이사인 박 씨가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인사 안 하느냐’며 연봉의 10%를 상납하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D 씨는 “연봉의 10%를 달라는 요구를 박 씨한테서 받았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10%에 약간 못 미치는 금액을 건넸더니 이후 노골적으로 차별했다”고 말했다.

수영연맹 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 이원석)는 수영연맹 전무 정모 씨(구속)가 A수영팀 선수를 대표팀이나 상비군으로 선발해 주는 대가로 A수영팀 감독 박 씨에게 금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수영#국가대표#대한수영연맹#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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