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실태 점검” 복지부 압박에 백기 든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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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운용본부 공사화 급물살 탈 듯
문형표 前장관-김용하씨 등 후임에 ‘독립’ 찬성론자 물망
홍완선 본부장 연임 불가 가닥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27일 끝내 자리에서 물러났다. 전날 공단 내부망을 통해 자진 사퇴 거부와 새 기금이사 영입 의지를 밝힌 지 하루 만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오전 최 이사장이 제출한 사표를 즉각 수리했다.

최 이사장은 500조 원에 이르는 국민연금 기금운용 방식을 두고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기금이사)과 갈등을 빚어 왔다. 최 이사장은 12일 복지부의 반대에도 임기(2년)가 11월 3일까지인 홍 이사에게 ‘연임(1년) 불가’ 방침을 통보했다. 이에 복지부는 최 이사장이 ‘월권’을 했다며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최 이사장은 사퇴 하루 전인 26일에도 공단 내부망을 통해 “비연임 결정은 적법 절차에 따른 것이다. 새 기금이사를 영입하겠다”며 사퇴 거부 의지를 거듭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복지부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서 끝내 사임 요구를 받아들였다. 복지부는 26일 오후 11시경 ‘공단 내부 갈등의 원인을 점검하기 위해 국민연금 기금운용을 포함한 국민연금공단의 운영 실태를 점검하겠다’고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최 이사장과 통화를 해 사퇴를 종용하며 홍 본부장도 사퇴시키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가 대통령에게 직접 해임건의를 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도 최 이사장에게는 부담이었다.

최 이사장과 갈등을 빚었던 홍 본부장 역시 연임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이 모두 물러나더라도 국민연금 기금운용과 관련된 논쟁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최 이사장과 홍 본부장의 갈등은 국민연금 기금운용과 관련된 견해차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최 이사장은 기금운용의 안정성을 강조하며 현 체제 내에서 전문 인력과 조직을 보강하는 방식으로 기금을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는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정부 방침과는 다른 것이다. 반면 자산운용업계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 온 홍 본부장은 현재보다 공격적인 기금운용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또 직간접으로 기금운용본부 공사화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혀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최 이사장이 물러나면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공사로 분리해 독립시키려는 움직임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복지부는 공단 운영실태 점검 과정에서 기금운용본부장의 권한과 자율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 김용하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등 기금 공사화 찬성론자가 신임 연금공단 이사장에 부임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유근형 noel@donga.com·이세형 기자
#최광#국민연금공단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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