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기업 ‘랜드마크72’ 빌딩 매각 무산,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5일 22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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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기업 부실의 원인이자 핵심 자산인 베트남 하노이 소재 ‘랜드마크72’ 빌딩 매각작업이 무산됐다. 인수협상자로 알려졌던 카타르투자청(QIA)도 “인수 의향이 없다”고 밝혀 그 배경을 놓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측이 매각 성사를 위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로비를 시도했다는 일각의 의혹에 경남기업 등이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매각 작업을 주도한 반 총장의 조카가 이 과정에서 모종의 역할을 했고 QIA의 문서를 위조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돼 향후 법적 공방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25부(부장판사 이재권)는 15일 경남기업의 관리인이 신청한 주간사 계약 해지신청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QIA도 이날 “랜드마크72 빌딩을 매입하려는 의향이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경남기업은 빌딩 매각을 위해 지난해 미국 부동산업체 콜리어스인터내셔널과 계약을 체결했고 매각협상이 성사단계에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반 총장의 동생인 반기상 전 경남기업 고문의 장남 주현 씨가 콜리어스 인터내셔널 이사로 근무하며 QIA와의 매각 작업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주현 씨가 반 총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의혹이 최근 불거졌다. 생전에 이 빌딩을 팔아 기업회생의 발판으로 삼으려 했던 성 회장 측이 반 총장을 통해 로비를 시도했던 정황도 확인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반 전 고문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해 말 성 회장이 반 총장을 통해 카타르 측에 매각건을 부탁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단칼에 거절했다”며 “‘국가 원수급이 그런 얘기를 꺼낸다는 건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라고 하자 성 회장도 수긍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로비 요청이 계속됐다고 반 전 고문은 덧붙였다. 그는 “올해 초 성 회장의 아들(차남 정수 씨)도 여러 차례 비슷한 요청을 해 혼쭐을 냈다”며 “그랬더니 3월 미국 뉴욕까지 건너가 아들(반 이사)을 만나 부탁한 모양”이라고 말했다.

또 “아들도 부담을 느꼈는지 나에게 ‘가능하겠냐’고 물어보기에 크게 호통을 쳤다”며 “아들이나 나나 형님께 빌딩 매각과 관련해 요청한 일은 결코 없고 형님은 전혀 모르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런 모든 논란과 관련해 이날 반 총장측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반 총장의 조카 반 이사는 랜드마크72 인수에 관심이 있는 것처럼 QIA 문서를 위조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반 전 고문은 “문서 위조는 전혀 모르는 일이고, 아들도 중개인을 통해 카타르 측과 접촉했기 때문에 만약 위조됐다고 해도 피해자”라고 말했다.

카타르투자청이 랜드마크72의 매수를 포기함에 따라 우리은행 등 15개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주단은 골드만삭스에 6000억 원 규모의 대출 채권 매각을 추진할 방침이다.

김재영기자 redfoot@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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