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회항’과 비교되는 감정노동자 보호 기업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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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불만 대응 매뉴얼 만들어 피해 막고… 매년 우울증 테스트후 힐링등산 등 처방
안전보건공단 우수 사례집 발간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 이후 감정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기업은 스트레스에 노출된 감정노동자들을 위한 단계별 프로그램을 통해 정신건강을 챙기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안전보건공단과 한국직업건강간호학회는 최근 감정노동자를 적극 보호하는 기업 사례를 모아 사례집을 만들었다고 18일 밝혔다. 감정노동자란 비행기 승무원, 백화점 직원, 골프장 캐디처럼 감정관리 활동이 직무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서비스업 종사자를 뜻한다.

첫 번째 우수 사례로 꼽힌 NC백화점 순천점은 고객 항의가 잦은 서비스센터에 ‘폭언과 폭행으로부터 직원들을 보호합니다’라는 문구를 걸어 놓았다. 고객이 화가 나더라도 직원들에게 충격을 줄 수 있는 말이나 행동을 일단 자제할 수 있도록 유도해보자는 취지에서다.

특히 NC백화점 순천점은 고객 불만이 접수되는 과정에서 항의가 격하게 일어날 때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단계별 매뉴얼도 만들었다. 이 매뉴얼에 따르면 고객 불만 때문에 직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책임자가 즉각 현장으로 이동해 고객을 조용한 사무실로 데려가고, 불만을 최대한 들어주며 해결책을 모색해본다. 만약 해결이 어렵다면 상관인 총괄 책임자와 지점장이 단계적으로 상담을 진행해 고객의 화를 진정시키고 타협을 시도한다. NC백화점 관계자는 “매뉴얼을 통해 직원들은 고객 항의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를 받을 수 있고 갈등 역시 원만히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NC백화점 순천점은 매년 한 차례씩 감정노동 중인 직원들에게 우울증 테스트와 직무스트레스 테스트를 받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되면 전문의의 치료를 받게 하거나 ‘힐링 등산’ ‘웃음 치료’ 등 관련 프로그램을 통해 치유가 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서울 구로구의 디큐브백화점도 구로경찰서와 함께 제작한 ‘감정노동 종사자 보호 안내문’을 설치했다. 이 안내문에는 ‘지금 마주하고 있는 직원은 고객 여러분의 가족 중 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폭언, 욕설을 할 경우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있다. 또 구로보건소와 함께 정신 건강 상태를 자동으로 체크해볼 수 있는 무인 검진기를 직원 탈의실에 설치해 직원들이 언제든지 진단을 받아볼 수 있도록 했다. 검진기를 통해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면 심리상담사와 임상심리사 등을 통해 상담을 할 수 있다.

사례집을 직접 받아보거나 참고해서 관련 정책을 만들어 보고 싶은 기업 또는 근로자는 안전보건공단(052-7030-500)에 문의하면 된다. 이영순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감정노동자들이 가족이나 친구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배려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며 “사업주들도 감정노동자들의 건강 보호를 위해 적극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땅콩 회항#감정노동자 보호 기업#감정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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