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약서 위조 60억대 대출사기…110여명 무더기 기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0일 16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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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등기부에 적힌 개인정보를 이용해 금융기관에서 수십억 대 대출사기를 벌인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이상억)는 전세계약서를 위조해 120차례에 걸쳐 60억 원을 대출한 혐의(사기 등)로 선모 씨(39)와 장모 씨(37) 등 13명을 구속 기소하고 이들에게 사기 대출을 신청한 박모 씨(27) 등 10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0일 밝혔다.

선 씨 일당은 2012년 1월부터 2년 간 인터넷 등에서 '작업 대출' 광고를 내 대출 신청자를 모집했다. 급전이 필요한 대학생이나 주부, 새터민과 조선족이 주로 신청했다. 일당은 온라인 등기소에서 무작위로 주소를 검색, 담보 설정이 없고 임대인이 자신들과 비슷한 연령대인 부동산을 찾았다. 이후 법원 등기소를 찾아가 폐쇄등기부를 열람했다. 1998년 전자등기부등본 시스템으로 바뀌면서 기존 수기로 작성한 등기부는 폐쇄돼 등기소에 보관돼 있는데 당시 등기부에는 부동산 소유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그대로 있다.

선 씨 일당은 폐쇄등기부로 알아낸 부동산 소유자의 주민번호를 등기부등본 자동발급기에 입력, 현 소유자의 주민번호가 모두 공개된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았다. 이후엔 일사천리였다. 현 소유자의 주민등록발급신청서를 위조해 자신은 임대인으로 행세하며 대출신청자와 함께 공인중개사무소로 찾아가 전세계약서를 작성한 것. 임차인이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금융기관에서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대출금을 받아오면 60%는 선씨 일당이, 40%는 대출신청자들이 챙겼다. 범행은 한 금융기관이 실제 임대인에게 대출 확인전화를 하며 들통 났다.

검찰 관계자는 "임대인이 개입돼 사기를 벌인 적은 있었지만, 임대인도 모르게 폐쇄등기부로 정보를 얻어 대출 사기를 벌인 것은 처음"이라며 "대출 시 임대인을 직접 확인하는 등 대출시스템을 더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등기부#개인정보#대출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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