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자는 방에 번개탄, 누가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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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잃은 중1, 누나 신고로 구조… 주식투자 실패로 빚진 부모는 잠적

10일 오전 10시 51분경 전남 목포시 상동 한 아파트에 사는 A 양(19·고 3학년)은 119구급대에 다급한 목소리로 구조 요청을 했다. 옆방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 가보니 그릇받침대 위에 번개탄이 피워져 있었고 남동생 B 군(14·중 1학년)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다는 것. B 군은 광주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은 뒤 깨어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이 남매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들이 번개탄을 피운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아파트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B 군의 어머니(51)는 이날 오전 3시경, 아버지는 오전 7시경 각각 집을 나간 것으로 밝혀졌다. 부부는 이날 오전 11시경 A 양에게 전화를 걸어 “멀리 왔다. 미안하다”는 말을 남긴 뒤 현재까지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잠적 중이다. 경찰은 “이날 부부를 제외하고는 아파트에 들어온 사람이 없어 부부 중 누군가가 아들 방에 번개탄을 피워놓은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부부는 최근까지 친인척과 지인들에게서 투자금을 받아 수십억 원대의 주식 투자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10여 년 전 직장을 그만둔 부부는 주식 투자로 큰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나자 주변에서 돈을 맡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부부가 지난해부터 손해를 봤는데도 이를 숨기고 추가로 투자금을 받은 데다 이달 말 수익금을 주기로 한 약속도 지킬 수 없게 되자 행방을 감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전남 보성 쪽으로 향한 부부의 에쿠스 승용차를 수배하고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목포=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번개탄#주식투자#아들 살해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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