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꿈틀 신나는 진로]손에 기름 묻히는 3D 분야? 융합적 사고 필요한 미래산업!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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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정비 분야 진로

미래의 자동차정비 명장을 꿈꾸는 경주 신라공업고 3학년 서정우 군(왼쪽)은 최근 자동차정비 명장인 박병일 ‘CAR123TEC’ 대표(가운데)와 자동차정비 기능장인 윤석태 씨를 만나 자동차정비 분야 진로에 대한 궁금증을 풀었다.
미래의 자동차정비 명장을 꿈꾸는 경주 신라공업고 3학년 서정우 군(왼쪽)은 최근 자동차정비 명장인 박병일 ‘CAR123TEC’ 대표(가운데)와 자동차정비 기능장인 윤석태 씨를 만나 자동차정비 분야 진로에 대한 궁금증을 풀었다.
《 동아일보 교육섹션 ‘신나는 공부’는 교육부, 고용노동부와 공동으로 청소년의 진로 탐색을 돕기 위한 연중기획 시리즈 ‘꿈틀꿈틀 신나는 진로’를 연재합니다. 시리즈를 통해 각 직업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명장을 인터뷰해 청소년이 자신의 끼를 찾아 꿈을 펼치는 데 도움이 되는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인 진로·직업 정보를 제공합니다. 시리즈 제목인 ‘꿈틀꿈틀’은 청소년들의 ‘꿈’이 자라나는 ‘울타리’라는 의미의 ‘꿈틀’과 꿈이 자라나는 모습을 상징하는 의태어 ‘꿈틀’의 합성어입니다. 》

‘꿈틀꿈틀 신나는 진로’가 네 번째로 탐색한 진로는 자동차정비 분야다. 최근 열린 ‘제48회 전국기능경기대회’ 자동차정비 부문에서 금메달을 받은 경주 신라공업고 자동차기계과 3학년 서정우 군(18)은 ‘꿈틀꿈틀 신나는 진로’의 도움으로 자동차정비 1호 명장인 박병일 ‘CAR123TEC’ 대표(57)와 자동차정비 기능장 윤석태 씨(46)를 지난달 28일 인천 남동구 고잔동에 있는 박 명장의 정비공장에서 만났다.

박 명장은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15세에 중학교를 중퇴하고 서울 영등포에 있는 버스회사 정비공장 견습공으로 자동차정비 분야와 인연을 맺었다. 2002년 자동차정비 명장이 된 그는 현재 자동차정비 업체인 ‘CAR123TEC’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자동차정비 기술과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전수하는 교육기관인 ‘명장 아카데미’를 설립해 예비 명장들을 교육하는 등 후진양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윤 기능장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17년 동안 자동차정비 분야의 외길을 걸어온 전문가. 경기 성남 르노삼성자동차 야탑점에서 기술부장으로 일하다 명장에 도전하기 위해 올해 ‘명장 아카데미’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하라… 첨단기술 접목된 자동차 기술 이해해야

“자동차정비 분야를 사양산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카센터나 정비공장이 늘어나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서 손에 기름을 묻히며 반복되는 일상을 사는 직업이라고 오해하기 때문이죠. 일부에서 자동차정비사를 ‘기름쟁이’라고 낮춰 부르는 것도 그런 편견 때문입니다.”(박 명장)

박 명장은 “자동차정비 분야야말로 가장 한국적이면서 세계적인 분야”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자동차 생산량은 세계 ‘Top5’에 들 만큼 성장해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정비를 맡을 전문가에 대한 수요도 함께 늘고 있다. 내수시장은 크지 않지만 세계로 눈을 돌리면 자동차정비 분야의 수요는 더욱 많다. 중고자동차 수출, 부품매매업 등 관련 산업도 커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자동차정비 전문가가 되기 위해선 첨단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인 시대가 됐다. 과거엔 ‘한 번 기술을 배워두면 오래 활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자동차정비에 관심을 갖는 청소년이 많았다. 하지만 자동차에 쓰이는 전자장비가 많지 않았던 70, 80년대와 달리 요즘은 자동차에 컴퓨터, 정보기술(IT), 재료공학 등 첨단기술이 접목된다.

박 명장은 “자동차정비를 부품을 교환하는 단순한 작업 정도로 생각할 수 있는데 요즘 자동차는 최신 과학기술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신차가 매년 수십 종씩 쏟아져 나온다”면서 “기술 발전 주기도 갈수록 짧아지는 만큼 자동차정비사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정비기술을 익혀야 한다”고 말했다.

겸손하라… 보조업무 통해 기본기 닦아

“자동차 명장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서 군)

서 군의 질문에 박 명장은 “기술이 중요할 것 같지만 가장 중요한 조건은 인성”이라고 말했다. 정비 관련 자격증을 갖추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았어도 자동차정비사로 취업하면 수개월 동안은 청소나 선배 정비사의 보조 역할 등 단순한 일만 하는 경우가 많다. 박 명장은 “자동차정비사가 되려는 많은 학생이 자신의 기대와 달리 ‘허드렛일만 한다’며 실망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각종 정비 자격증을 취득하고 전문교육을 받았더라도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 실제로 전국기능대회 수상자들조차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는 기초적인 실수를 한다. 예를 들어 엔진의 드레인 플러그(엔진오일 배출구)를 느슨하게 조여 엔진오일이 샌다거나 오일필터를 제대로 끼우지 못해 자동차 운행 중 오일필터가 떨어져 나가는 일들도 생기는 것.

윤 기능장은 “요즘 자동차정비 분야로 진로를 결정한 많은 학생이 단기간에 기술을 익혀 카센터나 정비소를 창업하겠다며 조급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자동차에 적용되는 기술이 다양해지면서 자동차정비도 갈수록 복잡해진다. 탄탄한 기본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데 이는 오랜 현장경험을 토대로 다져진다. 겸손한 마음으로 배우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록하라… 나만의 정비기록 쌓이면 경쟁력


자동차정비 분야도 외국어 구사 능력이 중요하다. 박 명장은 “한국 자동차의 세계적 위상이 높아지는 만큼 자동차정비 전문가도 해외에서 자신의 경력을 발전시키며 인정받을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며 “외국어 공부를 소홀히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서 군은 수많은 자동차정비사 중에서도 업계에서 손꼽는 명장으로 성장하기 위한 비결이 무엇인지를 궁금해 했다. 박 명장은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신이 그날 해결했던 정비 사례와 해결 과정 등을 기록해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라는 것.

“누구나 할 수 있는 정비가 아닌 남들이 하지 못하는 정비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매일 기록으로 남겨 놓으면 필요할 때 찾아서 참고할 수 있습니다. 또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 이를 해결하는 열쇠가 되어줄 겁니다.”(박 명장)

▼ 장밋빛 미래?… “한겨울 추위 떨며 작업할 각오 해야” ▼
명장들이 밝히는 자동차정비 분야 진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동차정비 명장들은 이 분야의 미래를 어떻게 내다볼까. 강금원 만안자동차정비서비스 대표(52), 김관권 한국폴리텍대 자동차과 교수(58), 김웅환 서정대 자동차과 교수(62), 박병일 CAR123TEC 대표(57), 이광수 한국도로공사 과장(59) 등 자동자정비 명장 5명은 미래를 매우 밝게 내다봤다.

자동차 산업은 하이브리드 자동차, 전기자동차 등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자동차가 상용화되고, 자동차 튜닝 등 새로운 형태의 정비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산업 규모가 지속해서 커지고 있다. 분야별 전문 자동차정비사에 대한 수요도 함께 늘어나므로 직업적 전망이 밝다.

박병일 명장은 “자동차정비는 국내외를 넘나드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했다. 한국 자동차의 영향력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만큼 한국 정비사가 할 일도 많아질 것”이라면서 “세계적으로 활약하는 정비사가 되기 위해 외국어 구사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웅환 명장은 “첨단기술이 접목되는 자동차 산업의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선 단계적으로 대학 등 전문교육기관에서 이론적 토대를 쌓아야 한다”면서 “기계공학뿐 아니라 컴퓨터 등 전자공학에 대한 지식, 그리고 고객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한 인문학적 소양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금원 명장은 “자동차 분야에 대한 실무 능력도 중요하지만 이를 뛰어넘는 전문지식을 쌓기 위해 꾸준하게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명장들은 “산업적 비전이 밝다는 이유만으로 이 분야로 진로를 결정하면 결코 장밋빛 미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김관권 명장은 “한겨울에 추위에 떨면서 작업을 하고 정비기술이 일정 수준에 이를 때까지는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를 받는 등 열악한 현실을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명장들은 빨리 성과를 내려는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광수 명장은 “일이 힘들고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는 이유 등 외부환경을 핑계로 좋은 조건만 찾아 일자리를 옮겨 다닐 경우 전문가로 성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만식 기자 nom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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