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여성강제노역 68년만에 법정서 밝히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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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금덕 할머니 등 근로정신대 4명
4일 광주지법서 첫 법정 증언

“자식들에게조차 숨겨왔던 고통을 68년 만에 법정에서 밝힙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4일 오후 2시 광주지법 204호 법정에서 양금덕 할머니(84·사진) 등 근로정신대 할머니 4명과 유족 1명이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피해에 대해 진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 할머니 등은 지난해 5월 대법원이 일본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와 신일본제철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자 같은 해 10월 광주지법에 미쓰비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을 맡은 광주지법 민사12부(부장판사 이종광)는 4차 공판에서 양 할머니 등에게 강제노역 상황과 그 피해 사실을 듣기 위해 증인신문을 결정했다. 여성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사연은 그동안 많이 알려졌지만 법정 증언으로 기록되는 것은 처음이다.

양 할머니는 1944년 5월경 전남 나주초교 6학년에 재학하던 중 ‘일본에 가면 돈도 벌고 상급학교에도 진학할 수 있다’는 일본인 교장의 말에 속아 일본으로 갔다. 14세 어린 나이에 일본 나고야에 위치한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제작소에서 하루 10시간에 가까운 중노동에 시달렸지만 임금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1945년 10월 천신만고 끝에 고향에 돌아왔지만 아픔은 계속됐다. 양 할머니는 자녀 둘을 낳았지만 그의 남편은 “일본군 위안부로 일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며 10여 년간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양 할머니는 “1999년부터 2008년까지 일본정부를 상대로 현지에서 재판을 할 때는 아픔을 상징하듯 늘 비가 왔다”며 “한국 법원에서 증언을 하지만 행여 68년 전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실수를 할까 봐 긴장된다”고 말했다.

한편 4일 재판에는 1999년부터 양 할머니 등의 소송을 도운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 등 일본 시민사회단체 회원 12명도 참석한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근로정신대 할머니#강제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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