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힘든 대학내 성범죄 상담기구 운영은 11% 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4일 03시 00분


처벌수위도 제각각… 매뉴얼 필요

“공부를 잘해보려고 대학원에 들어왔는데 섣불리 피해 사실을 말했다가 교수한테 찍히는 게 아닌지 걱정됐어요.” 유엔평화대학 성추행 및 성희롱 사태의 한 피해자는 “교수가 말을 잘듣는 학생들에게 기회를 더 많이 주지 않느냐”며 “피해를 말했을 때 받게 될 불이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본보 3일자 A1면… 평화를 가르치는 교수에 학생들이 분노한 까닭은

▶본보 3일자 A5면 ‘학내 성추행’ 불거진 유엔평화대학, 도대체 무슨 일이…

이처럼 대학 내 성추행은 사제관계라는 특수성 때문에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대학처럼 권력관계 안에서 발생하는 성범죄는 학교 차원에서 피해 구제 시스템을 갖추고 제대로 대처하도록 해야 피해가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학 내 피해자들은 나이도 어리고 사건 처리 절차를 모르는 때가 많다”며 “학교는 피해자의 신변안전을 보장해주고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안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많은 대학에서 사제간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도 이를 제대로 처리할 만한 기구가 없다는 것이다. 연구원에 따르면 전문대를 포함한 전국 350여 개 대학 중 성폭력·성희롱 상담기구가 운영되는 곳은 40여 개에 불과하다.

대학 내 성범죄를 처리할 정부 차원의 매뉴얼이나 지침서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현재 정부 차원에서 공공기관의 성희롱 예방지침을 마련해 놓았고 대학은 이 지침에 준해서 조치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해자 징계에 대한 처리 절차나 양형기준은 학교마다 제각각이다. 같은 가해 행위라도 학교 내 처리 기구의 성범죄에 대한 인식 수준에 따라 조치 내용도 천차만별이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대학생#성범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