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농단’ 양승태 직권남용 일부 유죄… 2심 징역 6개월형 집유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1월 31일 01시 40분


헌정사상 첫 前대법원장 유죄 선고
사학연금법 헌재 청구 차단 혐의 등… 1심 모두 무죄에서 2가지 뒤집혀
법원 “재판 독립 훼손-불신 초래”… 양, 두눈 꼭 감은채 선고 이유 들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역대 사법부 수장 중 처음으로 재판에 넘겨졌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78·사법연수원 2기)이 30일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던 원심이 일부 뒤집힌 것이다.

● 헌정사상 첫 前 대법원장 유죄


서울고법 형사14-1부(부장판사 박혜선)는 이날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적용된 47개 혐의 가운데 2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2019년 2월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 기소한 지 7년 만이다. 전직 대법원장이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건 헌정 사상 처음이다.

2심 재판부가 양 전 대법원장이 받는 47개 혐의 중 유죄로 본 것은 두 가지다. 첫째는 2015년 서울남부지법 민사11부(부장판사 염기창)가 사학연금법에 대해 “법원 해석이 위헌(한정위헌)인지 가려 달라”는 취지로 헌법재판소에 심판을 청구하자 이를 막은 혐의(직권남용)다.

당시 대법원은 법 해석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법률에 대한 해석 기준을 정하는 일이라 법원의 몫이지 헌재가 할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헌재와 마찰을 빚었다.

그런 상황에서 법원이 스스로 결정을 잘못 내렸는지 헌재에 판단해 달라고 심판을 청구하자 당시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박병대 처장(69·12기·전 대법관)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후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염 부장판사에게 전화해 헌재 심판 청구를 취소할 것과 청구 기록이 전산상 검색되지 않도록 할 것을 지시했다. 염 부장판사는 이에 따랐다. 재판부는 “정당한 재판권 행사가 현실적으로 방해받은 것”이라며 “이런 조치들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사전 보고된 만큼 공모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실무 회의를 주재했던 박 전 대법관도 1심과 달리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이 2015년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낸 행정소송 항소심을 맡은 재판장에게 법원행정처의 판단이 담긴 자료를 검토하도록 한 것에 대해서도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원심 판결을 뒤집었다.

문제의 재판은 통진당 해산 이후 의원직을 상실한 통진당 의원들이 “의원직을 돌려 달라”는 취지로 2015년 낸 행정소송이다.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은 이 사건의 항소심 재판장을 만나 “각하 판결을 한 1심과는 달리 본안 판단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힌 문건을 전달했다.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은 이 내용을 실질적으로 보고받았다. 이 행위를 묵시적으로나마 승인한 것”이라며 항소심 재판장의 재판권 행사가 방해받았다고 판단해 양 전 대법원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유죄로 봤다.

● 法 “재판 개입은 직권남용… 재판 독립 훼손돼”

이날 피고인석에 앉은 양 전 대법원장은 1시간가량 이어진 선고 내내 두 눈을 꼭 감은 채 재판부의 선고 이유를 들었다.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된 후에는 안경을 벗어 닦기도 했다.

재판부는 “재판 독립은 양보할 수 없는 헌법적 가치이고 공정한 재판에 대한 일반 국민의 신뢰 없이는 법치주의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인해 재판 독립이 훼손되고 공정한 재판에 대한 의심과 불신이 초래됐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이 사법부 역점 사업이었던 상고법원 도입 등에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소송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핵심 혐의는 항소심에서도 무죄로 결론났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고영한 전 대법관(71·11기)은 1심과 마찬가지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법행정권 남용#대법원장#헌법재판소#직권남용#항소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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