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영남대 ‘대학의 기본’ 되돌아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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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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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효 대구경북본부장
이권효 대구경북본부장
“박정희-새마을-영남대를 잇는 신임 총장의 학교 운영 방침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통합당 경북도당은 엊그제 ‘영남대, 대학의 기본으로 돌아가라’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특정 대학 총장 취임에 특정 정당이 비판적인 견해를 발표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더군다나 ‘대학의 기본’을 언급한 것은 어물쩍 넘길 사안이 아니다.

논평을 계기로 13일 취임한 노석균 총장(57)의 취임사와 언론 인터뷰를 자세히 살펴보니 민주당의 논평이 엉뚱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논평의 핵심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새마을운동을 영남대의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총장의 구상이 과연 대학교육의 기본에 맞느냐”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대학법인 정관에 설립자라는 뜻의 ‘교주(校主)’로 명시돼 있다.

노 총장은 취임사에서 “영남대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며 그 근거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설립한 민족대학’임을 꼽았다. 그래서인지 ‘민족중흥’을 여러 번 언급했다. 박 전 대통령과 뗄 수 없는 새마을운동을 영남대의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강한 의욕도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인 새마을운동은 영남대의 정체성이고 대학 발전의 에너지라는 뜻이었다.

새마을운동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고 경북도는 이를 지구촌에 보급하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영남대가 박정희리더십연구원과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을 설립해 운영하는 것도 시비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과 새마을운동을 영남대와 동일시하려는 태도는 지나친 측면이 있다. 66년 전통에 동문을 20만 명가량 배출한 지역의 대표적 사립 종합대학이라는 성격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대학은 국공립이든 사립이든 설립 주체보다 ‘두루 통하는 보편성’을 추구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중요하다.

노 총장의 이 같은 인식이 영남대 재단이사장을 지낸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된 게 아니냐는 시각은 특히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학교 안팎에서는 “이제 영남대는 국립대 위의 왕립대”라는 위험천만한 이야기도 들린다. 노 총장도 ‘새 정부가 출범하면 영남대에 도움이 된다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나친 기대를 갖는 것은 맞지 않다”며 부인하지 않았다.

영남대가 책임 있는 대학으로서 가야 할 길은 박근혜 정부에서 무슨 특혜라도 받기를 기대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박 전 대통령과 당선인으로부터 멀어져 겸손하게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노 총장이 영남대의 비전으로 설정한 ‘미래를 만드는 대학’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노 총장은 22일 졸업식에서 영남대에 대해 일각에서 제기되는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는 ‘대학의 기본’을 들려주면 좋겠다.

이권효 대구경북본부장 boriam@donga.com
#영남대#박정희#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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