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국가폭력으로 입은 상처 치유해 드립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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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트라우마센터’ 광주서 문 열어

5·18민주화운동 등 국가폭력 피해자와 가족을 전문적으로 치유하는 트라우마센터가 국내 처음으로 18일 광주도시공사 1층에 문을 연다.

센터는 정신건강, 자살예방, 트라우마 등 3개 센터를 운영한다. 11월부터 본격적인 치유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위해 상담을 희망하는 피해자와 전화·대면 면접을 진행 중이다. 센터에서는 쌍용자동차 해고자를 위한 심리치유프로젝트 ‘와락’에 참여하고 있는 정혜신 박사(정신과 전문의) 등이 집단상담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예정이다.

광주시는 17일 오후 6시 서구 치평동 라마다호텔에서 ‘국가폭력 생존자를 위한 나눔과 치유의 밤’ 행사를 열었다. 행사에는 5·18민주화운동 관련자와 노근리 사건, 여순사건 등 민간인 학살 사건 희생자 유족, 의문사 가족, 불법연행 감금 고문 피해를 당한 조작사건 당사자와 가족들이 함께했다.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참석해 국가폭력 피해자와 생존자를 격려했다. 초대 센터장은 국가폭력 피해자인 강용주 씨(50)가 맡았다. 강 센터장은 “늦게나마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에서 국가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센터가 설립되어 다행”이라며 “5·18이 다른 나라 민주주의의 본보기가 됐듯이 센터를 아시아 트라우마 치유의 허브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강 씨는 국가폭력 피해자를 치유하는 전문가이지만 그 또한 국가폭력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그는 전남대 의대에 재학 중이던 1985년 안기부가 발표한 이른바 ‘구미 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 남산 안기부 별관으로 끌려가 60일 동안 고문을 당한 끝에 거짓 자백을 했고, 전향서 쓰기를 거부해 14년을 갇혀 있었다. 1999년 최연소 비전향 장기수로 출소한 뒤 복학해 2004년 졸업했다. 2008년 가정의학 전문의가 돼 고문치유모임인 ‘진실의 힘’을 꾸려 지금까지 고문피해자 치유 활동에 정성을 쏟고 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광주#트라우마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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