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 심형래 끝모를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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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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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체불-횡령의혹 이어 ‘5억 투자금 반환’ 피소… 집까지 경매

‘회사는 부도, 직원 임금은 체불, 회삿돈 횡령 의혹, 집은 경매, 영화투자금 반환 소송….’

신지식인 1호 심형래 ㈜영구아트 대표(사진)의 ‘날개 없는 추락’이 계속되고 있다. 횡령과 임금체불 등으로 검찰과 경찰 수사를 받은 데 이어 영화 투자금을 돌려 달라는 소송까지 당했다. 심 씨의 새 영화에 투자했던 ㈜미디어플렉스는 “올 3월 영구아트가 새로 제작하는 ‘유령도둑’이라는 영화에 투자하기로 계약하고 4억9000만 원을 송금했는데 심 씨가 투자금에 연대보증을 섰다”며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투자금 반환 소송을 냈다. 미디어플렉스는 “올 6월까지 영화 제작을 마치기로 했는데 제대로 된 시나리오조차 제공하지 않은 데다 영구아트가 부도가 나 더는 제작 진행이 불가능하므로 투자금을 돌려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심 씨는 15일 직원 임금 8억9000여만 원을 체불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가 운영하던 영구아트 본사는 서울남부지법 법원경매에서 한 건축사업가에게 40억 원에 낙찰됐다. 심 씨가 살던 집인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아파트와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등 아파트 2채도 경매에 부쳐졌다.

1982년 KBS 특채 코미디언으로 데뷔한 심 대표는 KBS 유머1번지 ‘영구야 영구야’, 쇼 비디오자키 ‘벌레들의 합창’ 등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우뢰매’(1986년) ‘영구와 땡칠이’(1989년) 등 주로 어린이 영화에 출연하던 심 감독은 1992년 ‘영구와 흡혈귀 드라큐라’를 연출하며 감독으로 데뷔했다.

심 대표는 1993년에 영구아트무비를 설립해 제작자로 나섰다. 1999년 만든 ‘용가리’는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한국 공상과학(SF) 영화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영화로 그는 김대중 정부의 ‘신지식인 1호’로 선정됐다.

2007년에는 할리우드 스태프, 배우들과 촬영한 ‘디 워’로 한국 영화의 디지털 특수효과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며 주목을 받았다. 이 영화는 이야기와 구성의 완성도 논란 속에서도 관객 842만 명을 불러모으며 흥행에서는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그는 올해 200억 원 이상의 제작비를 들인 ‘라스트 갓 파더’가 관객 256만 명을 모으는 데 그치며 심각한 재정난을 겪었다. 5월에는 법원으로부터 ‘디 워’ 제작 때 한 금융기관에서 빌린 55억 원을 갚으라는 판결을 받았다. 또 최근에는 영구아트무비의 직원 임금과 퇴직금을 체불해 서울지방노동청의 조사를 받았다. 직원들의 국민건강보험료도 체불해 건물과 토지, 자택도 압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MBC PD수첩은 지난달 직원들을 인터뷰해 심 대표의 카지노 도박과 정치권 등을 상대로 한 성 상납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이런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29일 심 대표 측과 여러 번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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