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찰 조직폭력배 수사 ‘용두사미’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5일 13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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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규정ㆍ개인정보보호법 강화로 첩보수집 한계

경찰이 폭력조직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 의지를 천명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인천지방경찰청은 인천에서 발생한 조폭 난투극 사건을 계기로 지난 23일 정해룡 차장을 본부장으로 한 '조직폭력배 척결을 위한 수사본부'를 발족했다고 25일 밝혔다.

인천 9개 경찰서에도 조폭 수사전담반이 운영돼 형사 인력 827명 전원이 폭력조직 근절을 위한 대대적인 단속 활동에 동원되고 있다.

조폭 동향과 관련한 보고 체계도 강화돼 9개 경찰서 형사과장과 강력1팀장은 지난 24일부터 매일 오전 9시, 남동경찰서에 차려진 수사본부에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인천경찰청은 조폭의 사소한 폭력 행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방침 아래 유흥업소·사채·성매매 등 조폭의 자금 원천을 차단해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일선 형사들 사이에서는 지휘부 방침에 따라 조폭 수사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결코 쉽지 않은 수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론에 떼밀려 조폭 수사본부가 차려졌지만 관리 대상 조폭이라는 사실만으로 조직원들을 무조건 검거하긴 어렵다는 게 일선 형사들의 고민이다.

인천지역 경찰서 한 형사팀장은 "구체적 범죄행위가 없는 상태에서 조폭이라는 이유만으로 잡아들이긴 어렵다"며 "조폭에 대한 엄중 처벌을 원하는 여론은 이해하지만 조폭 수사가 용두사미에 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 유흥업소 접촉시 상부에 사전 보고토록 한 내부 규정과 개인정보 보호법 강화로 인해 조폭 동향 파악을 위한 첩보 수집이 어렵다는 고충도 털어놓고 있다.

경찰과 조폭 간 유착을 막기 위해 유흥업소와의 접촉을 최소화하도록 한 규정이 형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형사팀장은 "옛날에는 조폭 조직원이 상이라도 당하면 장례식장에서 3일 연속 같이 지내며 첩보를 수집하곤 했지만 이젠 괜한 오해를 살까 봐 그러지 못한다"며 "첩보 수집에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다른 경찰은 "조폭이 집을 며칠 비우면 소재 파악을 위해 통신 추적 같은 것도 좀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인권 문제 때문에 이마저도 어렵다"며 "상부에서는 조폭 수사를 강화하라고 하지만 법적인 제약이 많아 고민"이라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인천경찰청의 조폭 수사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인천경찰청은 조폭 난투극 사건과 관련, 상대파 조직원을 흉기로 찌른 조직원을 구속하고 범행을 도운 다른 조직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현장에서 폭행에 가담한 조직원 22명을 불구속 입건한 상태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난투극에 연루된 2개 파의 조직원들로, 여타 폭력조직의 조직원들은 여전히 경찰 검거망에 포함되지 않은 실정이다.

이미 검거된 조직원들 또한 조직의 두목이나 부두목급과는 거리가 있는 행동대원 또는 추종세력이어서 앞으로 경찰의 조폭 수사가 인천지역 조폭 거물들을 직접 겨냥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경찰이 강력한 수사 의지를 천명한 것만으로도 조폭의 행동반경이 크게 위축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본다"며 "국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를 때까지 조폭 수사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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