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 되찾은 公권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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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경찰투입 시위대 차단
끊긴 울타리 150m 연결… 두달 만에 기지공사 재개

경찰이 2일 새벽 해군기지 건설지인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공권력을 투입했다. 이에 따라 해군은 시위대 점거 등으로 올해 6월 말 건설이 중단된 공사장의 철제 울타리를 잇는 등 기지 공사를 재개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6시경 전경 4개 중대와 여경 등 1100여 명의 경찰을 동원해 기지건설 반대단체가 몰려 있는 중덕삼거리 농성현장을 봉쇄했다. 해군은 경찰 보호 아래 굴착기 2대 등 장비와 현장근로자 30여 명을 공사장으로 들여보내 끊긴 울타리를 모두 연결했다. 해군 측은 올해 3월 중순부터 해군기지 공사장에 총연장 1600m, 높이 6m의 울타리를 설치했지만 공사 반대 측의 저지로 그동안 중덕삼거리 90여 m, 포구 쪽 60여 m 등 150여 m를 잇지 못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울타리 설치 공사 과정에서 시위대 100여 명이 굴착기 앞을 막았지만 경찰에 의해 제지됐다. 해군은 경찰이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키는 사이에 반대단체들이 농성장으로 쓴 컨테이너를 우회해 이날 오전 9시 30분경 울타리 설치를 완료했다.

이날 경찰이 강제 해산에 나서자 일부 시위대는 온몸에 쇠사슬을 묶고 중덕삼거리에 있는 높이 5m가량의 망루에 올라가 항의하고 공사장비 진입을 방해하는 등 강하게 저항했다. 경찰은 이날 현장에서 공사를 막은 32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연행했다. 또 경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정마을회관에서 고모 씨(45) 등 반대단체 회원 3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붙잡았다.

공사장에 남아 있던 반대단체 측은 울타리 밖으로 쫓겨났으며 공사장 진입이 전면 차단됐다. 경찰은 울타리 설치를 마친 뒤 경비 병력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경찰을 강정마을 외곽으로 철수시켰다. 경찰 관계자는 “일단 공사장을 점거 중인 시위대는 모두 해산했지만 또다시 불법 행동이 발생한다면 즉각 경찰을 투입해 관련 법규에 따라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호준 서귀포경찰서장도 이날 오후 중덕삼거리에서 브리핑을 통해 “(반대 주민들이 모여 있는) 상황이 지속되는 한 경찰력을 계속 유지하겠다”며 “3일 문화제도 평화적 행사라면 보장하겠지만 질서유지를 위해 필요하다면 출입을 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반대단체 측은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에 강력히 대응하겠다. 강정마을에서 3일 열리는 문화제에서 기지 건설의 부당성과 경찰의 폭력 진압을 낱낱이 폭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나라당을 제외한 제주도의회 의원과 해군기지 공사중단 및 재논의를 위한 제주지역 교수협의회,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등도 현장을 찾아 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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