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1억 ‘7년형’… 뇌물 7억은 ‘2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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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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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원당 형량 최고 27배차

2월 부산지법의 A 법관은 울산의 모 교육청 학교지원과장이 학교용지로 지정된 토지를 해제하는 데 도움을 주는 대가로 건설업자에게서 1억 원을 받아 챙긴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징역 7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반면 지난해 6월 인천지법의 B 법관은 대학 신축공사에 편의를 제공해 주는 대가로 업자로부터 7억7000만 원을 받은 시의원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두 사건 모두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돈을 받은 사건(뇌물수수)이지만 뇌물 1억 원당 형량이 무려 27배 차가 났다. 심지어 A 법관은 중형 선고 이유에 대해 “1억 원이라는 거액의 뇌물을 수수했다”고 판시했고, B 법관은 “수수액수(7억7000만 원)가 그리 많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국회 사법제도개혁특위 소속 한나라당 박민식 의원이 31일 2010년 2월부터 2011년 2월까지 전국 각 법원에서 선고된 뇌물수수 및 13세 미만 강간 사건의 형량과 사건내용을 전수조사(뇌물수수 258건, 13세 미만 강간 85건)했다. 조사 결과 2009년 7월 대법원이 양형기준을 세워 시행한 이후에도 법원의 ‘고무줄 형량’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명 ‘나영이 사건’에서의 과도한 음주감경,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의 ‘공중부양 사건’ 등에 대한 무죄판결 등으로 법원의 고무줄 형량 문제가 논란이 됐지만 변한 것이 없다는 얘기다.

아동 성폭행범도 마찬가지였다. 동거녀의 딸을 똑같이 6차례 성폭행한 남성에 대해 지난해 5월 울산지법에선 징역 6년을, 지난해 11월 인천지법에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두 피고인은 똑같이 어린이가 6세일 때부터 범행을 시작해 12세, 13세가 될 때까지 계속 성폭행을 했다. 범행 양태는 유사하지만 양형은 천차만별인 것이다.

박 의원은 “이런 ‘고무줄 판결’은 어떤 전관 출신 변호사를 쓰느냐에 따라 판결이 달라지는 전관예우 현상이 그대로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양형기준법을 제정해 판사에게 의무를 부과하고 양형기준을 벗어나 판결하는 경우 이유를 기재하도록 한다면 전관예우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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