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안서 2000km 떨어진 곳… 표적납치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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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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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호드림호 100억원 지불” 소문에 타깃 됐을수도
2006년 이후 한국관련 피랍 선박 9척··· 급증 추세

15일 피랍된 삼호주얼리호를 포함해 2006년 이후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한국 선적과 한국인이 탄 선박은 9척에 이른다. 지난해 4월 인도양에서 납치된 원유 운반선인 삼호드림호 선원 24명이 피랍 7개월여 만인 11월 7일 석방된 지 두 달여 만에 이번 피랍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또 지난해 10월 9일 케냐 해상에서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금미305호(한국인 2명 승선) 사건은 발생 100일이 지났으나 해결되지 않고 있다.

16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한국 관련 선박은 2008년 2척, 지난해 2척이었다. 따라서 2008년 이후 한국인이 관련된 피랍사건만 이번 삼호주얼리호까지 합하면 모두 5척에 이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2010년 4월 납치된 삼호드림호 석방교섭 당시 약 900만 달러(약 100억 원)의 거액을 지불했다는 소식이 해적들 사이에 알려지면서 삼호주얼리호 피랍사건이 터져 한국 선박이 주요 목표가 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 삼호주얼리호가 피랍된 위치가 청해부대의 작전해역인 아덴 만 해역으로부터 2000km 떨어진 지점으로 추정되면서 해적들이 한국 선박의 운항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표적 납치’에 나섰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그러나 정부는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소말리아 해적이 삼호해운 선박을 의도적으로 노리고 납치했을 가능성은 낮다”며 “최근 소말리아 해적의 활동 범위가 근해에서 원해로 바뀌면서 여러 국적의 선박이 무차별적으로 위협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앞서 2008년 9월 한국인 선원 8명 등이 탑승한 선박 브라이트루비호가 소말리아 인근 아덴 만 해상에서 피랍됐다가 37일 만에 석방됐다. 같은 해 11월에는 한국인 5명 등 총 23명이 승선한 일본 선적 화물선 켐스타비너스호가 아덴 만 해상에서 해적에 피랍됐다 88일 만에 풀려났다.

2006년 4월에는 선장을 포함해 한국인 8명 등이 탄 원양어선 동원호가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조업 중 현지 무장단체에 피랍됐다가 117일 만에 석방됐다. 2007년 5월에는 한국인 4명이 탑승한 원양어선 ‘마부노1, 2호’가 무장단체에 납치됐다 173일 만에 풀려났다. 같은 해 10월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한국인 선원 2명이 탑승한 일본 선적 골든노리호가 해적단체에 피랍돼 1명은 당일 탈출했으나 1명은 45일 만에 석방됐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삼호해운 “두달만에 또…” 충격▼


지난해 4월 소말리아 해역에서 삼호드림호가 해적에게 납치된 후 9개월 만인 15일 오후(한국 시간) 같은 회사 소속 삼호주얼리호가 아라비아 해에서 해적에게 납치됐다. 연이어 소속선박이 납치된 부산 중구 중앙동의 삼호해운 건물. 부산=최재호 기자 choijh92@donga.com
지난해 4월 소말리아 해역에서 삼호드림호가 해적에게 납치된 후 9개월 만인 15일 오후(한국 시간) 같은 회사 소속 삼호주얼리호가 아라비아 해에서 해적에게 납치됐다. 연이어 소속선박이 납치된 부산 중구 중앙동의 삼호해운 건물. 부산=최재호 기자 choijh92@donga.com
15일(한국 시간)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호의 선사인 부산 중구 중앙동 삼호해운 본사 사옥 정문은 16일 굳게 닫혀 있었다. 인터넷 홈페이지도 열리지 않았다. 이 회사는 한국 선박으로는 역대 최장 피랍 사건(216일)으로 기록된 삼호드림호의 선사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 6일 삼호드림호 사태가 해결된 지 두 달여 만에 또 피랍사건이 터지자 선사는 큰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선사 측은 피랍 선원 명단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지나친 관심이 해적들이 몸값을 올리는 데 악용될 수 있기 때문. 삼호해운이 선박보험에 가입했는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삼호드림호의 기관장이던 김모 씨(62)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고 해역은 하루에도 선박이 수백∼수천 척이 다니는 곳”이라며 “그런 곳에서 해적들이 왜 한국 선박을, 그것도 예전과 똑같이 삼호해운 소속 선박을 노렸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기관장은 “해적들은 우리에게 ‘한국은 잘사는 나라다. 미국처럼 크고 잘사는 나라다. 빨리 돈을 보내라고 해’라는 협박을 자주 했다”고 설명했다.

소말리아 인근 해역은 홍해와 인도양을 잇는 해상무역의 길목이다. 대형 화물선과 유조선 통행이 많다. 원양어선 조업도 집중된다. 우리나라 전체 해운 물동량의 29%가량이 소말리아 해역을 통과하고 있을 정도. 하지만 소말리아는 1991년 독재정권이 붕괴된 뒤 20년째 내전에 시달려 국가 공권력이 절대 부족하다. 여기에다 3300km에 이르는 해안선 때문에 해적들의 노략질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채텀하우스는 최근 소말리아 등에서 출몰하는 해적 때문에 연간 70억∼120억 달러(약 7조8000억∼13조4000억 원)의 경비가 추가로 발생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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