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캠퍼스 문화재 ‘애물단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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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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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內 경원당-한성대 옆 총무당 등 조선 한옥
대학측 “건물 신축-증축에 방해”… 이전 요청

구한말 한옥 양식의 변모를 보여주는 서울 광진구 화양동 건국대 교정 내 도정궁 경원당. 건국대 측은 건물 신축에 걸림돌이 된다며 경원당의 이전을 요청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구한말 한옥 양식의 변모를 보여주는 서울 광진구 화양동 건국대 교정 내 도정궁 경원당. 건국대 측은 건물 신축에 걸림돌이 된다며 경원당의 이전을 요청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시내 일부 대학이 교정에 있는 조선시대 건축 문화재를 다른 곳으로 옮겨 달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건물 노후나 캠퍼스 교사(校舍) 부족 등으로 건물을 신축하거나 증축하려는 데 문화재가 걸림돌이 된다는 것. 하지만 전통 건축물을 이전하면 손상이 불가피한 데다 이전할 장소도 마땅치 않아 대학이 소중히 여겨야 할 문화재를 애물단지로 취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옮겨 달라” 대 “자리 없다”

건국대는 10일 서울시에 ‘건국대 보유 지정 문화재 이전 요청서’를 서울시에 보냈다. 서울 광진구 화양동 교정에 있는 구한말 한옥 도정궁 경원당(都正宮 慶原堂·시 민속자료 9호)을 대학 밖으로 이전해 달라는 것.

도정궁 경원당은 조선 철종 때 인물인 도정(都正) 이하전(李夏詮)에게 제사를 지내던 가옥이다. 1900년대에 사직동에 지어졌다가 성산대로가 건설되면서 1979년 현재의 위치로 옮겼다. 전형적인 한옥 양식에 일부 서양식과 일본식을 가미해 구한말 한옥의 변모를 보여주는 문화재다.

문제는 이 한옥과 인접한 공학관. 대학 측은 공학관 일부 건물이 지은 지 오래돼 균열이 생겼고 구조진단 결과 C, D등급으로 판정돼 안전하지 않다며 신축을 추진하고 있다. 공학관 중에는 경원당과의 거리가 50m에 못 미치는 건물도 있어 서울시 문화재 보호 조례에 따라 신축이나 리모델링이 문화재 보존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대학 측은 경원당과 인접한 중장비 실험동 증축 안이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공학관 신축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되자 경원당을 기증하는 조건으로 남산골 한옥마을 등으로 옮겨 달라고 지난해 10월 서울시에 요청했다. 건국대는 “도정궁 경원당을 1999년까지 서예 연습실, 여학생 생활관, 강의실 등으로 활용했지만 지금은 쓰지 않고 있으며 시민들이 탐방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고 유지와 관리도 어렵다”는 이유를 댔다. 시는 이전할 터를 확보하기 어려워 불가능하다고 답했지만 대학 측은 시에 재차 이전 요청서를 보냈다.

○ 일제가 강제 이전시켜

서울 성북구 돈암동 한성대와 서울성곽 사이에 있는 삼군부 총무당(三軍府 總武堂·시 유형문화재 37호)은 한성대 측의 고민거리다. 삼군부 총무당은 조선시대 군무를 총괄하던 삼군부 관아의 본전(本殿). 원래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자리에 있었는데 1930년 일제가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문화재 보호 조례는 4대문 밖의 국가지정문화재 및 시지정문화재의 경우 문화재 경계에서 7.5m 높이를 기준으로 앙각(仰角) 27도 선 아래까지만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문화재와의 거리가 30m라면 22.5m(30÷2+7.5) 높이까지 건물을 올릴 수 있는 셈. 총무당이 한성대와 바로 붙어 있어 캠퍼스 일부 구역은 건물 신축에 높이 등의 제한을 받는다. 한성대 관계자는 “교사 확보율을 높이려면 총무당 인근에도 건물을 신축해야 하는데 제약을 받고 있다”며 “수년 전부터 총무당 이전을 추진했지만 관련 기관이 예산문제로 난색을 표해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프랑스 등 선진국은 문화재 주변에 역사적인 경관을 보존하기 위해 한국보다 더한 규제를 두고 있는데 일각에서 아직도 문화재를 애물단지 취급하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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