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구 봉사단체 ‘팔공나눔회’ 5년째 지역 홀몸노인 챙겨

  • Array
  • 입력 2010년 10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둘도 없는 가족” 어르신들 허허…“또 하나의 부모” 회원들도 하하

팔공나눔회 정옥분 회장(왼쪽)과 이광섭 경위(가운데)가 최근 지역 내 홀몸노인들을 위한 잔치를 열어 음식을 대접하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팔공나눔회 정옥분 회장(왼쪽)과 이광섭 경위(가운데)가 최근 지역 내 홀몸노인들을 위한 잔치를 열어 음식을 대접하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대구 동구 백안동 ‘초원의 집’ 식당. 얼마 전 이곳에서 지역 내 홀몸노인 100여 명을 위한 조촐하지만 의미 있는 잔치가 열렸다. 추석 명절을 혼자서 보낸 노인들을 초청한 것. 식사 메뉴는 불고기덮밥. 송편, 과일, 묵, 고구마 등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먹을거리도 챙겼다. 참석한 노인들은 오랜만에 만났다며 담소를 나누는 등 즐거워했다. 조금 뒤 식사를 끝낸 노인들의 노래 한 자락이 행사장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노인들에게는 빵과 과자가 담긴 선물이 안겨졌다. 몇 년째 이곳을 찾는다는 황선희 할머니(85)는 “세상에 이런 사람들이 없다. 모두 내 가족이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봉사단체 대구 ‘팔공나눔회’가 5년째 뜻 깊은 명절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민간과 경찰이 어우러진 이 단체는 팔공산 인근 홀몸노인을 가족처럼 보살피고 있다. 초원의집 식당은 음식보다 봉사로 더 유명하다.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곳에 살고 있는 이웃들이 스스로 나선 것.

시작은 단순했다. 이광섭 대구 동촌지구대 경위(42)가 2005년 공산특수파출소장으로 근무할 당시 그는 관할 구역이 넓고 노인 인구가 많은 점을 극복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홀몸노인들을 직접 찾아 문안을 드렸다. 몸이 쇠약해진 노인들의 부족한 먹을거리도 챙겼다. 하나둘씩 찾는 집이 늘면서 금세 대상 노인은 수십 명이 됐다. 이 소식을 접한 이웃 주민들이 팔을 걷었다. 자신의 텃밭을 내놓고 고구마, 상추, 감자 등을 재배해 노인들에게 나눠줬다. 수시로 끼니 때 식당으로 초대해 음식도 대접했다.

봉사 바이러스는 확산됐다. 파출소 직원들도 십시일반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새마을부녀회 같은 지역 민간단체들은 행사 때 찾아와 음식을 장만하는 등 힘을 보탰다. 대구 파티마병원은 몸이 불편하거나 건강이 나빠진 노인들의 정기검진을 맡았다. 몇 명에 불과하던 회원은 경찰 20명을 포함해 이제 40명이 됐다. 봉사활동은 정기적으로 이뤄지고 회원도 계속 늘고 있다. 홀몸노인만 돕다가 지역 내 어려운 청소년도 챙기게 됐다.

스스로 하는 일이다 보니 보람도 배가 된다고 회원들은 입을 모았다. 경찰들은 인사발령이 나더라도 봉사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나타난다. 회원들의 아내, 아들, 딸들도 가끔씩 참석해 할아버지, 할머니 손을 잡아주고 애환을 달랜다. 몇 년 전부터는 세상을 등진 노인들의 장례도 치러주고 있다. 정옥분 팔공나눔회 회장(61·초원의집 대표)은 “봉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을 나누는 것”이라며 “이들을 평생 부모처럼 돌볼 생각”이라고 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