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서 출발, 꼬리에 꼬리 무는 독서를

동아일보 입력 2010-09-15 03:00수정 2010-09-1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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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제 대비 독서법
● 古典不敗… 논술-수능시험 자주 등장 장기적으로 입시에 도움
● 연계독서… 홍길동→서자→허균→조선 다양한 배경지식 습득을
● 비판능력… 때론 저자 주장 반박 필요 토론-신문활용교육 도움
《입학사정관제가 학생들 독서 패턴을 바꾸고 있다. 고전(古典)이 강조되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공부는 남의 글을 제대로 읽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랜 세월 널리 가치를 인정받은 고전이야말로 공부의 가장 좋은 재료다. 동아일보에서 미국 하버드대에 ‘학생들이 가장 많이 읽는 책’을 문의해 받은 자료를 보면 상위 10권 모두 이미 ‘고전’이거나 앞으로 ‘고전’이 될 확률이 높은 책이었다. 하버드대 관계자는 “이 순서는 수십 년째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내 독서 교육은 고전 읽기와 다소 거리가 있었다. 동아일보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에서 390명을 대상으로 이 책들을 읽었는지 설문조사한 결과 ‘읽었다’는 대답이 더 많은 책은 ‘죄와 벌’뿐이었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민음사에서 펴낸 ‘세계문학전집’ 200권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지만 읽었다는 대답이 절반을 넘지 못했다.

‘하버드대 10대 도서’는 서양 고전 위주인 게 사실이지만 동양 고전에 대한 무관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게 국내 독서교육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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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대입에서 ‘독서 포트폴리오’를 강조하면서부터다. 딱딱하고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고전 읽기는 필수’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또 고전이 논술이나 대학수학능력시험 지문에 등장하면서 고전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입시 전문가들은 “고전은 보편 가치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희망 전공 분야에 관계없이 사고의 폭을 넓혀준다. 장기적으로 입시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최대한 책을 많이 읽으려면 ‘체계’가 필요하다. 독서 지도 전문가들은 “체계 중심에 고전을 두어야 탄탄한 뼈대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 “고전 잘 이해하면 학교공부 도움”

‘고전 읽기’가 꼭 필요하다는 걸 모르는 학부모는 없지만 아이들에게 고전을 읽히기는 쉽지 않다. 그럴 때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고전을 쉽게 풀어 쓴 책을 찾으면 좋다. 사진 제공 ㈜교원
한때 고전은 중학교 이후에 읽어야 하는 것으로 꼽혔다. 하지만 고전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학부모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미리 고전을 접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변화는 도서 판매량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교원 올스토리(All Story)에서 지난해 5월 펴낸 ‘눈으로 보는 한국고전’은 1년여 만에 140만여 권이 팔렸다. 윤미영 교원 올스토리 편집장은 “고전을 읽고 내용을 이해해 가는 과정은 아이가 학교에서 새로운 것을 학습하는 힘과 연결된다. 고전의 의미를 이해하는 학생이 결국 학교 공부도 잘한다”고 말했다. 할머니가 들려주던 ‘옛날이야기’처럼 자연스럽게 고전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통합적 사고 능력이 길러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초등학교 때부터 지나치게 어려운 고전을 읽을 필요는 없다. 홍길동전, 심청전, 전우치전처럼 학부모도 친숙하고 아이들도 만화책,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형태로 접할 수 있는 책부터 접하는 것이 좋다. 서점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는 추천 도서부터 시작해도 괜찮다.

고전 내용을 이해했다면 이를 바탕으로 ‘연계 독서’를 해야 고전 읽기에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홍길동전’을 읽었다면 서자(庶子)가 무엇인지, 허균이 이 책을 쓸 때 시대적 상황은 어땠는지를 학생이 책을 통해 찾아볼 수 있도록 학부모가 조언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편집장은 “‘연계 독서’는 호기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다양한 배경지식을 효과적으로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학교 숙제를 할 때도 단순히 전과나 참고서 또는 인터넷에 의존하지 말고 교과 내용과 연관된 폭넓은 독서를 통해 나만의 정답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도록 연습해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 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비판과 토론 있어야 독서 효과↑


고전은 독서 이력을 관리할 수 있는 좋은 출발점이지만 고전만으로 ‘독서 포트폴리오’가 완성되지는 않는다. 입학사정관제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자기 진로에 대한 열정과 관심을 드러낼 수 있는 ‘제대로 된 독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독서교육지원 시스템은 물론이고 독서 인증시험, 교내 백일장 등 독서 능력에 대한 평가 활동에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 독서 후 경험을 정리하는 ‘노하우’도 길러야 한다는 뜻이다.

학생들이 독후감을 쓰는 과정에서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줄거리만 요약하거나 작가 생각에 무조건 수긍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체 내용의 30% 이상을 줄거리 요약에 할애하거나 작가 생각에 맞장구만 쳐서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독서 지도 전문가들은 “이를테면 ‘어떤 사건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말했지만 내 생각에는 이런 이유로 잘못됐다. 왜냐하면 원인이 이렇기 때문이다’ 같은 식으로 저자 주장을 반박하는 ‘비판적 독서’야말로 사고력을 기르는 필수 요소”라고 말한다.

비판적 독서를 하려면 ‘외톨이 독서’도 피해야 한다. 혼자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것보다 같은 책을 읽은 친구들과의 토론을 통해 자기 생각을 다듬어야 좋은 글이 나올 수 있다는 것. 그래야 ‘내용이 풍부한 독후감’을 쓸 수 있다.

신문을 활용하거나 직접 신문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자녀가 고구려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주요 연대별로 지도와 함께 유적 사진과 신문 기사를 모아 신문을 만드는 방식이다.

신문활용교육(NIE) 전문가로 꼽히는 서울 상도초 유영환 교장은 “우리 독서 교육의 문제점은 아이들에게 ‘억지로’ 책을 읽힌다는 데 있다. 아이들이 스스로 즐겁게 책을 읽도록 하려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아이들 스스로 책을 고르게 하는 것”이라며 “신문을 꼼꼼히 읽으면 자기가 관심을 갖는 분야가 생겨 관련된 책을 찾게 된다. 신문은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으로 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가장 좋은 도구”라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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