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낮 12시 서울 중구 덕수궁길에 위치한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앞. 고즈넉한 공간에서 난데없이 3인조 여성 아이돌그룹 오렌지캬라멜의 데뷔곡 ‘마법소녀’가 흘러나왔다. 오렌지캬라멜은 8인조 여성 아이돌그룹 애프터스쿨의 멤버 세 명이 따로 나와 만든 팀. 젊은 직장인들은 이 노래를 흥얼거렸고 캐주얼 차림의 학생들은 노래에 맞춰 오렌지캬라멜의 ‘팔 아파’춤을 추기도 했다.
오렌지캬라멜의 노래를 내보낸 것은 다름 아닌 서울시청이었다. 최근 시청은 매일 점심 방송시간에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2PM 등 인기 아이돌그룹의 노래를 내보내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시청 앞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는 얘기가 들린다. 심지어 컴백한 지 한 달도 안 된 손담비의 신곡도 틀었다.
시청 내 음악방송은 1996년 시작됐다. 음악 방송을 담당하는 ‘시청방송(SCN)’에서는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여성 DJ가 진행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흘러간 가요나 스탠더드팝 등 중장년층이 즐겨 듣는 음악 위주였다. 방송이 없는 시간에는 클래식이나 오페라를 내보냈다. 아이돌 가수의 음악이나 최신 가요는 “공무원 조직과 맞지 않다”며 암묵적으로 선곡을 하지 않았다.
다소 ‘올드’한 음악 방송이 ‘파격’을 맞은 것은 올봄부터. “딱딱한 조직문화를 바꾸자”는 내부 쇄신론이 일었다. 점심 방송도 해당됐다. 결정적인 계기는 다산공원이었다. 2008년 시청 담이 허물어지고 만들어진 이 공원에 일반인이 많이 다녀가자 시청은 ‘시민들도 함께 듣는 점심 방송’을 만들기로 했다. 내부 건물에만 내보내던 방송도 다산공원부터 근처 덕수궁 시립미술관까지 범위를 넓혔다. 시청 직원들이 좋아하는 옛 노래가 아닌 시민들이 좋아하는 최신 가요로 선곡을 바꾸기 위해 교통방송에서 음원도 제공받았다. 방송 시작 14년 만에 처음 일어난 변화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에는 120 다산콜센터로 선곡표 문의 전화도 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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