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교육계 CEO 초대석/창립 11돌 하늘교육 서진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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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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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목말라하는 교육정보 새로운 방식의 컨설팅 계획중”

《“회사에서 점점 할 일이 줄어드네요.
직원이 20명쯤 있을 땐 직원들하고 같이 머리 싸매고 밤 12시까지 회의할 때도 있었어요.
광화문에 첫 둥지를 틀었을 때인데 건물 관리인이 나가라고 해서 직원들과 건물 앞에 쭈그려 앉아 회의를 한 시간 더 했어요.”

17일 오후 5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하늘교육 본사에서 이 회사 서진원 대표이사(사진)를 만났다.

서 대표는 사무실에 앉아 결재만 하는 최고경영자(CEO)가 아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는다.
문화, 예술, 스포츠, 산업 등에 종사하는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생각 끝은 교육에 멈춘다.

서 울 윤중중학교 1학년인 둘째 딸 혜경 양(12)의 첫 중간고사 날짜도 기억하는,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은 아버지다.

하 늘교육은 교육 관련 콘텐츠를 생산, 유통하는 교육업체로서 유아와 초중학교 상위권 학생 학부모에게 잘 알려진 교육업체다.
전 국 320개의 영재교육원과 67개 방문교육 지점망을 갖추고 콘텐츠를 제공해온 하늘교육이 올해로 회사 창립 11주년을 맞았다.

서 대표에게 하늘교육의 지난 10년과 앞으로의 10년에 대해 들었다.》

“수학 개념-원리 깨치고 고난도 문제 풀게 만들어줘야 진짜 교재”

“우스갯소리로 일을 제일 못하는 사람은 머리가 나쁜데 부지런한 사람이고 머리가 좋고 부지런한 사람은 중간, 머리 나쁘고 게으른 자가 사람을 잘 쓰는 것이 베스트라고 하더라고요. 초기에는 회사 인테리어부터 교육 프로그램 하나하나까지 신경을 썼어요. 어느새 계열사 및 관계사를 포함해 직원이 1000명이 넘었습니다. 부서도, 지점도 많고요. 이제 사람을 잘 쓰면서 회사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늘교육은 1999년 회사 설립 이후 상위권 학생을 위한 특화된 시장을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10년 만에 마케팅, 콘텐츠 개발, 영재교육원 등 조직을 탄탄하게 갖췄다. 서 대표는 신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다양한 분야와 교육을 연결시키는 고리를 찾는 데 매진하고 있다. 서 대표가 내는 아이디어가 실현되는 확률은 약 50번 중 1번꼴. 현재 서 대표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가 2, 3가지이니 실로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CEO다.

2007년 하늘교육이 방문교육 사업을 시작할 때였다. 이미 다른 교육업체가 시장을 점령한 상황에서 무모한 진출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연산 위주의 학습지를 업그레이드한 창의사고력 학습지와 실험과학, 방문교사의 지도 시간을 늘려 보완, 확충한 하늘교육의 방문수업은 학부모와 학생 사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인터뷰 도중 서 대표가 방문교육에서 사용하고 있는 하늘교육의 수학교재(C-MEX)를 꺼내 보였다. 알록달록한 표지의 교재 한 권과 무료로 제공되는 연산 학습지 4권, 주사위, 쌓기 나무 등 학습교구가 들어있었다.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연산 학습지를 저흰 보조교재로 씁니다. 남들과 같이 반복학습으로 수학을 공부하면 같은 점수밖에 못 받겠죠. 개념과 원리를 알고 높은 난도의 문제까지 푸는 것이 진짜 수학입니다.”

서 대표는 하늘교육 방문교사들이 수업 지도는 물론 교육 컨설팅까지 가능하다는 점이 타 업체와 다른 점이라고 강조했다. 특목고, 영재교육원 입시, 경시대회 및 올림피아드에 대한 분석으로 정평이 난 하늘교육의 교육정보를 방문교사가 직접 학부모와 학생에게 제공한다.

“남들 다 하는 방문교육에 창의사고력, 실험과학을 들고 뛰어들었어요. 10명이면 10명 모두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좋은 교재와 교사는 엄마들이 먼저 알아요.”

방문교육 신청 전 한 달간 무료로 학습체험을 할 수 있는 이벤트에 매달 3000∼5000명이 신청해 약 80%가 다음 달 유료회원으로 신청할 만큼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서 대표는 “학부모들의 교육정보에 대한 목마름, 교육정보 접근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조금 다른 방식의 합리적인 컨설팅사업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 대표의 목표는 하늘교육을 세계적인 교육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기업을 이끌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으로 서 대표는 ‘사람’을 꼽았다.

“지난 10년 동안 느낀 것은 사람이 제일이라는 것입니다. 직원들이 틈만 나면 이직하려고 취업 사이트나 보고 있는 회사는 비전이 없습니다. 적절한 대우와 교육을 통해 회사와 직원이 함께 성장하는 것이 이상적이지요.”

서 대표가 두 번째로 강조한 것은 혁신이다. 롤 모델로 현대카드의 정태영 사장을 꼽았다. 기발한 광고, 파격적인 디자인, 스포츠·문화 마케팅으로 대표되는 현대카드의 색다른 기업문화와 사업방식이 서 대표가 희망하는 창조경영의 모습이다.

앞으로 준비하려는 컨설팅, 인터넷 사업 모두 후발주자에 해당하는 데 따른 고민은 없을까. 서 대표는 “남자도 입을 수 있고 여자도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다 보면 남자도 여자도 사지 않는 옷이 된다. 남을 지나치게 의식하다 보면 자기 사업이 안 된다. 중심을 잡고 나만의 것을 만들어 내 색깔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평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지만 고민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서 대표는 지인들과 만나 술 한잔과 노래 한 곡조로 스트레스를 푼다. 축구 마니아이면서 바둑도 좋아한다. 이미지와 다르게 다소 정적인 취미를 갖고 있다는 반응에 서 대표는 “바둑을 두는 스타일을 수비형과 공격형으로 나눈다면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바둑 둘 때 욕심을 내다가 다 죽고 나서 ‘아, 욕심을 내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해요. 대마를 잡았을 때의 통쾌함은 이루 말할 수 없죠. 또 이쪽을 노리는 것 같다가 저쪽을 노리는 척하면서 바둑을 이어가는 것, 지다가 역전하는 것도 바둑의 묘미죠.”

서 대표가 설명하는 바둑 두는 형이 그가 하늘교육을 이끄는 모습과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혁신과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고민하는 서 대표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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