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성적 ‘맴맴’ 중위권, 아마도 세 유형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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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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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독존… 감성 과다… 자아도취

《반에서 15∼20등 성적을 유지하는 예비고3 박모 군(18·서울 은평구)은 요즘 책상 앞에만 앉으면 가슴이 답답하다.
아무리 공부를 해도 전 영역 3∼4등급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두세 가지 색 펜으로 필기하기’ ‘영어문제 소리 내 읽으면서 풀기’처럼 반에서 ‘공부 좀 한다’는 친구들의 비법을 따라해 보지만 소용없다.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머릿속에 남는 게 없다.
박 군은 자신의 공부법 중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지 못한다.
박 군과 같은 고민에 빠진 중하위권 수험생이 적지 않다.
상위권은 자기 몸에 맞는 공부법을 이미 터득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중하위권은 고유의 공부법을 찾지 못하고 무작정 따라하거나 이것저것 시도하다 성적만 더 떨어지는 악순환을 겪기도 한다.
이때는 공부방법의 문제를 찾기에 앞서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자기 성격이나 성향부터 냉철하게 진단하는 것이다.
학습전문가들은 성격에 맞는 공부법이 따로 있다고 말한다.
‘외향적인지 내성적인지’ ‘고집이 센지 우유부단한지’에 따라 동일한 공부법에 재미를 느낄 수도, 외려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는 것.
박 군은 평소 말수가 적고 화가 나도 표현하지 못할 만큼 내성적이므로 ‘영어문제 소리 내 읽기’ 같은 방법은 역효과를 부를 공산이 큰 것이다.》

수험생은 성격에 따라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성격의 유형별로 나타날 수 있는 학습상의 ‘난관’들을 살펴보고 이를 뛰어넘을 수 있는 합리적인 공부법을 알아보자.

【유형1. 유아독존(唯我獨尊)형】 “세상에 나보다 잘난 사람은 없어”
자존심이 강한 유형. 이런 학생은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다. 문제를 풀다 틀려도 ‘이건 작은 실수 탓이야’라며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거나 ‘이건 원래 고등학생 수준에서 풀 수 없는 문제야’라며 문제 자체를 부정한다.

이런 학생일수록 어려운 문제를 척척 풀어내는 상위권 학생에 대한 시기심이 강하다. 자기 능력을 평가하려는 부모와 교사에 대한 반항심이 크기 때문에 공부로 인한 ‘상처’도 더 크게 받는다. 취약과목 시간에는 딴 짓을 하거나 잠을 자며 의도적으로 공부를 하지 않고, 모르는 부분도 질문하지 않는다. 성적은 더 내려가고 상처는 더 받는 악순환.

이런 유형의 수험생은 공부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극복해야 한다. 성적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나의 작은 실수 때문도 아니고, 문제가 너무 어려워서도 아니란 점을 직시해야 한다. 나의 실력이 못 미친다는 사실을 솔직히 인정하면 공부는 ‘거부’의 대상이 아닌, ‘도전’의 대상으로 변한다.

먼저 ‘최후에 승리하는 자가 웃는다’처럼 굳은 다짐을 담은 명언을 정한다. 이를 포스트잇에 적어 학교 책상, 독서실, 필통, 노트 등 눈에 보이는 모든 곳에 붙여놓는다. 취약과목은 도전하는 마음으로 공부한다. ‘100분 안에 수학 40문제 풀기’ ‘10분 안에 영어단어 20개 외우기’처럼 시간과 목표, 공부량을 명확하게 정하고 달성하려 노력한다. 만약 목표에 못 미치면 성공할 때까지 거듭한다. 이런 성향의 수험생은 공부에서 어떤 ‘성취감’을 느껴보는 것이 향후 동기유발의 중요한 시발점이 된다.

【유형2. 감성충만(感性充滿)형】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눈물이 흘러”
자신의 얘기에 친구들이 반응이 조금만 시큰둥해도 마음이 동요돼 공부가 잘 되지 않는 유형. 감성적이라 집중력이 떨어지고 외부자극에 쉽게 반응해 학습의 중심을 잃기 쉽다. 한 자리에 오래 앉아있지 못하고, 기분이 좋지 않으면 공부도 안 된다. 시험이 다가오면 압박감을 이기지 못해 시험 대비를 제대로 못하거나 아예 포기하기도 한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우울해하며 시간을 허비하면서 스스로 ‘낭만적’이란 착각에도 빠진다. 결국 페이스 조절에 실패해 좋은 점수는 물 건너 간다.

이런 유형은 자기 스스로에 대한 ‘심리치료사’가 되겠다는 결심을 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자기 심리상태를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공부 과목과 분량을 정한다. 한번에 2∼3시간을 공부할 생각보단 최소 20분에서 최대 1시간동안 집중적으로 공부하겠단 결심을 한다. 공부하고 나면 10∼15분을 꼭 쉰다.

이런 수험생은 이른바 ‘감성 일기’와 ‘감성 그래프’를 작성함으로써 자기감정을 조절하는 노하우를 터득할 수도 있다. 우선 별도의 노트를 마련해 가로축을 ‘시간’, 세로축을 ‘기분’의 좋고(+), 나쁨(-)으로 정한다. 시간대 별로 하루 기분이 변화한 추이를 그리고 기분이 좋아진 원인과 나빠진 원인을 생각해 적어 넣는다. 2∼3주 간 이런 그래프를 그리거나 감정상태를 진단하는 일기를 쓰면 자신이 어떤 상황에 직면했을 때 공부하려는 마음이 흔들리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이런 수험생은 특히 6월을 조심해야 한다. 여름방학이 다가올수록 수능에 대비해야 한다는 불안감에 더욱 공부가 힘들어지기 때문. 시험대비기간도 남들보다 더 오래 잡고 더 일찍 시험대비에 들어가는 편이 좋다. 또 감성 그래프를 토대로 자기 컨디션을 조절하는 연습을 한다.

【유형3. 자아도취(自我陶醉)형】 “한때 잘 나갔던 나, 기초 탄탄하니 문제없어”

한때 성적이 잘 나왔던 과거 모습에 빠져 조금만 노력하면 성적이 잘 나올 것이라 확신하는 유형. 이런 학생은 대부분 초등학교, 중학교 때부터 시험 전 ‘벼락치기’로 공부하는 습관에 젖어있다. 이런 잘못된 습관 때문에 기본개념을 익히지 못하고 고등학교로 진학해 성적이 떨어진 경우가 많다.

수업시간에는 집중해 공부하기 때문에 수업내용을 완벽히 이해했다고 ‘착각’하고 예습과 복습에 소홀하다. 수능은 시험 전 며칠만 바짝 공부한다고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 스스로는 ‘공부한 만큼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고 생각해 자신감이 떨어지고 학업과 점점 멀어진다.

이런 유형은 잘못된 기초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공부의 기초란 더 복잡한 내용을 공부하기 위해 갖춰야 할 ‘지식적 기초’와 오랜 시간 공부하기 위한 ‘습관적 기초’로 나눌 수 있다. 둘 중 하나는 갖췄다고 생각한다면 오산. 이런 학생은 대부분 둘 다 부족하다.

기초를 바로 잡기 위해 ‘빠진 벽돌 채우기’ 방법을 사용할 만하다. 이는 특히 수학이나 영문법을 익히는 데 유용하다. 우선 교육과정평가원 인터넷 사이트에서 수학 체계표를 내려받는다. 수학 체계표는 중1∼고1 수학교과에 나오는 모든 단원을 △수와 연산 △문자와 식 △규칙성과 함수 △확률과 통계 △기하 등 5개 항목으로 분류해 공통된 단원끼리 정리해 둔 것. 단원의 제목을 보고 내용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형광펜으로 표시해 둔다. 이를 바탕으로 취약항목을 인지하고 학년별로 교과서와 참고서를 보면서 해당 개념과 원리를 확실히 익힌다. 영어는 기본 문법책을 구입해 수학과 같은 방법으로 1단원부터 모르는 개념을 다시 외우고 정리한다.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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