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축사옆에 식당 건립… ‘축산농가의 역발상’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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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곡성군 호산나 농장 조형수 대표

“토양미생물 배합사료 사용 악취 전혀 안나
청정 축산물 홍보-제값받기 ‘일석이조’ 기대
도축땐 친환경 인증표 부착 방안 마련 시급”

‘냄새나는 축사 옆에 식당이?’ 3일 전남 곡성군 옥과면 주산리 호산나 농장. 축사에서 100여 m 떨어진 곳에서 공사 준비가 한창이다. 조립식 창고를 부수고 식당을 짓기 위해서다. 축사 옆에 식당을 만드는 이유는 뭘까? 조형수 호산나 농장 대표(58)는 “우리 축사는 악취가 전혀 나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다”며 “청정 축산물이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소비자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식당을 운영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6만6000m²(2만 평) 규모의 호산나 농장은 흙에 들어 있는 미생물을 넣어 만든 부엽토, 쌀겨 등을 가축사료로 쓰는 자연순환생명농법을 하고 있다. 소 4마리, 돼지 60마리, 닭 670마리를 키우고 있지만 축사에서 냄새가 나지 않는다. 가축들이 질병에 강해 항생제도 필요 없다. 농작물을 재배할 때도 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고 토양미생물을 사용한다. 축사 옆 식당은 청정 축산물과 농산물을 널리 알려 제값을 받으려는 농민들의 고심이 담겨 있다. 조 씨는 “일반 돼지고기 값이 kg당 3300원인데 토양미생물로 키운 돼지고기 값은 kg당 3000원에 불과하다”며 “청정 축산물은 생산량이 적어 유통 문제로 제값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안전한 고기나 달걀을 생산하는 전국 친환경 축산물 인증 농가들은 홍보 및 판매처 확보가 어려운 데다 낮은 가격 등으로 삼중고를 겪고 있다. 곡성군 내 농가 35곳도 토양미생물로 가축이나 농작물을 키우고 있지만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전남지역 방목축산농가 40곳에서 생산되는 축산물 역시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전남도 내 친환경축산물 인증 농가는 2007년 219곳, 2008년 950곳, 지난해 1500곳으로 늘었다. 하지만 친환경축산물 인증 농가의 30% 정도가 2년마다 실시되는 재인증 신청을 포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친환경농산물 인증 농가들에 비해 재인증 포기 비율이 높다.

전문가들은 친환경농산물은 포장을 하면서 인증 표를 부착할 수 있지만 친환경축산물은 도축(가공)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인증 표를 붙이기 힘든 실정이다. 친환경축산물 가운데 도축 단계를 거치지 않는 달걀만 제 대접을 받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안전한 고기를 생산하는 친환경축산에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어가지만 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지난달 정부에 쇠고기 이력추적제에 친환경축산물 표기할 방안 마련을 건의하는 등 친환경축산 활성화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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